프라하 까를교의 첼리스트 듀오 Cellists Duo on Charles Bridge, Praha

20110806_praha_charlesbridge

2011.8.6. 첼리스트 듀오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 까를교

(Cellist Duo on Charles Bridge, Praha, Czech Republic)

재료 : 스케치북, 플러스펜, 아이라이너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독일에서의 반년 생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엔 나라마다 도시마다 볼거가 참 많다. 나의 표준답변은 이랬다.

가장 예뻤던건 베네치아, 재밌었던건 이스탄불인데,  제일 신비로웠던 건 프라하요!

프라하에 도착했을 땐 혼자 여행중이었다. 프라하에서 만나기로 했던 친구와 연락이 되질 않는데다, 그 직전 여행지 빈에서 예정에 없던 하루를 더 묵었던 탔에, 하루치만 날렸겠거니 싶었던 프라하 호스텔 예약 전체가 취소되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주말에 성수기였던 때라 호스텔은 빈 자리가 없었다. 여행 중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웬만큼은 면역이 있었지만, 그날은 피로에 열감까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성느낌이 나는 (그래서 꽤 비쌌던) 호텔 방에 투숙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고생하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잠시 누워 좀 쉬자 하고 침대에 쓰러졌지만, 막상 쉬려니 아쉬워서 이내 길을 나섰다 . 꼭 뭔가에 홀린 것처럼.

온 거리에 밤안개가 낀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이 안개 위로 번졌다. 고풍스런 벽돌들로 꾸며진 골목길을 무작정 걸었다. 혼자 여행중에는 곧잘 외로움이란 녀석이 찾아오곤한다. 하지만 프라하에서는 왠지 외롭지 않았다. 친구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다음날이면 만나기로 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프라하의 밤에 취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름날 프라하 밤공기의 유혹을 누가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몽글몽글한 밤공기를 즈려밟으며 나는 그날 분명히, 공중을 부유하는 유령이 된 것 같았다. 언젠가 보았던 샤갈의 그림 속 하늘을 나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후검색 : 샤갈의 ‘도시 위에서’)멍멍하게 울리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가로등 불빛들의 안내를 따라 당도한 곳이 찰스브릿지였다.

다리위에서는 화가들이 이젤을 펼치고 자신들이 담아낸 프라하의 면면들을 펼쳐놓고 있었다. 그림구경을 하면서 다리의 구획마다 서있는 성인(聖人)조각상들과 차례로 인사도 나누었다. 그러다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 바로 이 첼리스트 듀오였다. 낮게 깔리는 첼로 선율은 그날 밤 프라하의 배경음악으로 제격이었다. 이들에게 음악을 청하는 인파가 제법 되었었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그 길바닥에 주저앉아 스케치북을 꺼냈다. 솔직히 한국말로 수근거리는 시선이 뒤에서 느껴졌지만, 그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으므로 쉽게 흘려버릴 수 있었다.

까를교 한가운데 돌바닥에 앉아 첼리스트 듀오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그 상황만이 중요했다.

한참 뒤에 생각해보니, 내 기억 속에 프라하가 이다지도 몽환적으로 신비롭게 남아있는 것은, 실제로 그 곳이 그러한 아우라를 풍기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가 좀 아팠던 탓도 있지 않나 싶다. (ㅋㅋ)

  • 남들의 수근거림보다 그 순간에 충실하는데 집중했던 자신이.. 스스로도 뿌듯해서 더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 멋집니다 ^^b

    • lattebiscotti 님 🙂 그러고보니 시간이 흐른 후 기억에 남는 것들은 결국 짧았어도 강렬했던 순간들인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을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나가고 싶어지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 상황이 정말 멋지네요 ㅎㅎ

    별이 빛나는 밤 어두운 거리에 켜진 가로등 아래에
    멋진 첼로연주를 하는 두명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스케블러님의 모습 ㅎㅎ

    낭만적이네요 ㅎ 상황묘사와 그림을 함께 보니 더욱 더 즐겁게 글을 읽었답니다 ㅎㅎ

    • 그림 한 장 속에 녹아 있는 순간들이 줄줄이 글로 쓰면 이렇게 길어지더라구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