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에어비앤비, 임촌마을 – 경남 남해(3)

남해+에어비앤비=남해어비앤비? 임촌마을!

급 결정된 남해 일정에 앞서, 그래도 숙박은 미리 예약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어 숙소 검색에 돌입했다. 훌쩍 떠나는 배낭여행 느낌으로, 고급 숙소가 아닌 민박이면 충분할 것이라 합의를 보았다.

레이서P(환상적인 운전 실력으로 여행 내내 수고해주셔서 나머지 두 장롱면허자(무려 1종보통 장롱면허)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가 느낌있는 민박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 이름은 바로 ‘임촌마을 206호’

어린왕자 소행성B612호처럼 뭔가 집주인이 부여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화로 예약을 시도해본 P.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할아버지께서 받았다.

P : 안녕하세요, 저희 3명 묵을 건데 방이 얼마죠?

할아버지 : 어? 온다꼬? 음…. 얼마 줄라꼬? 일단 와바라. 와서 보고 내라~

읭? ㅋㅋㅋㅋ

P가 ‘임촌마을 206호’를 찾았다던 숙박정보 페이지에 접속해보았다. 남해펜션넷이라는 사이트였다.

아니 이것은!!

nhp
남해펜션넷 > ‘임촌마을’ 검색결과 (개인적으로 직접 모델로 나선 저 할머니 분, 정말 멋지시다 🙂

남는 공간이 있는 방이 있는 집은 죄다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었다. 잉여 공간의 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이라며 전세계 여행숙박업계에 파란을 몰고온 에어비앤비의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던가! 대한민국 조그만 마을이 이렇게 잘 실천하고 있다니. 아마도 지자체에서 추진한 것이 아닐까 멋대로 추측해 보았다. 어찌됐든 정말 좋은 지역 경제 활성화 모델이 아닌가! (지금 홈페이지를 보니 그냥 이 업체가 추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임촌마을
해가 뉘엿뉘엿하는 임촌마을 골목

결국 우리는 그냥 걸어 다니며 직접 살펴볼 요량으로 미리 예약을 하진 않았다. 실제로 마을이라고 해도 몇 블럭 사이에 집이 다 모여있어 물어물어 구할만 했다. 이미 한바탕 물놀이를 한 후 오후 느즈막한 시간이었는데, 주인이 없는 집이 많았다. 자기 집 앞을 서성이는 외지인들을 알아챈 스쿠터 청년이 잠깐 멈췄다. 우리가 문의하려 했던 집 아들인 듯 했다. 엄마한테 전화를 해본 후 말했다. (역시나 익숙한 사투리)

“저희가 성수기때만 (민박을) 하거든요. 이쪽 집들은 다 그래요. 저기 바닷가 가까운 쪽 함 가보세요.”

그 스쿠터 청년이 말한 곳은 은모래비치 바로 옆의 조금 더 상업적인 느낌의 민박지구(?)였다. 임촌마을에서 묵어보고 싶었는데.. 하며 조금 아쉬우려던 찰나, 옆집 마당에서 할아버지와 함께 마늘을 널고 계셨던 한 할머니가 건너편 건물로 가보라고 귀띔해주셨다.

꿈나라 펜션. 별도의 간판까지 달려있는 그 집은,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 곳들과 달리 외관도 영업용으로 정비된 느낌을 주었다. 5월 말은 아직 은모래비치가 정식으로 피서객들을 맞기 전이라, 상업적 느낌의 숙박업소 외에는 대부분이 민박 영업을 하지 않는 듯했다.

임촌마을 집집마다 붙어있는 민박 표시
임촌마을 집집마다 붙어있는 민박 표시

집집마다 붙어있는 민박 표시. 다 해지고 벗겨져서 자세히 봐도 알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시골인심이란말이 있는 이유가 있지. 동네 주민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시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도에서 보다시피 임촌마을은 상주 은모래비치에 가까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침산책, 이번 여행에서도 놓치지 않을꺼에요. ㅋㅋ 아침산책은, 모든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그 특별한 느낌때문인지 여행지에서 꼭꼭 챙겨 누리려고 한다. (아침잠이 없는 할매성향 덕택이다 ㅋㅋ)

꿈나라 펜션의 대문
꿈나라 펜션의 대문

왠지 그 전날밤 온수보일러를 끄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침에 꺼져있던 것은 보일러의 스마트함 덕분이었을까, 외지에서 온 처자들을 걱정한 주인집 할머니의 친절이었을까.  보슬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부터 꿈나라 펜션의 대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임촌마을의 정체는 여러 간판에서 알아낼 수 있다.
임촌마을의 정체는 여러 간판에서 알아낼 수 있다.

임촌마을 입구를 지나, 조금만 더 걸어나가다 보니 솟대로 꾸며진 공원도 있었다.

촉촉히 젖은 솟대공원
촉촉히 젖은 솟대공원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은모래비치. 보슬보슬 내리는 비는 한껏 운치를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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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소나무들은 한국지리시간에 배운 ‘방풍림’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 의자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그 전날 여행친구들과 함께한 바다를 떠올려보았다. 처음 해변가 도로를 따라 저 멀리 보이는 은모래해변을 발견하고는, 세명이 동시에 ‘꺄아~’하고 비명을 질렀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은모래 해변에서, 석양.
고요하고 평화로운 은모래 해변에서, 석양.

은모래해변. 누가 지었는지 이름도 참 잘 지었다. 석양 즈음의 해변은, 정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반짝반짝했다.

“동해 바다인데 을왕리에서 소리를 따면 어쩌자는 거야!!!!”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소리에 예민한 영화 음향감독으로 분한 문정혁이 외쳤던 대사이다. 은모래해변에 당도해서야, 그 대사를 쓴 작가의 디테일함에 새삼 감탄하게 되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내게 바다는 참 익숙한 공간이다. 어딜가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하지만 남해의 풍경과 소리는, 분명히 달랐다.  모래사장이 정말 말그대로 끝없이 펼쳐졌고(사실 부산의 모래사장은 주기적으로 모래를 갖다 퍼부어주어야 유지가 된단다), 잔잔한 물결은 바닷물을 넓게 넓게 밀어주어서, 물장구를 치러 꽤 멀리 들어갔는데도 무릎을 넘지 않았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이 밀어다 준 것은 바닷물뿐만이 아니었다. ㅋㅋ

잔잔한 물결이 완성해준 해초 패디큐어.
잔잔한 물결이 완성해준 해초 패디큐어.

전날의 즐거웠던 추억을 곱씹으며, 고즈넉한 은모래해변의 아침을 즐겼다. 내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 바로 스케블링으로. 호호.

겹겹이 쌓여있던 플라스틱 의자를 하나씩 하나씩 들어냈다. 빗방울로부터 안전하게 숨어있던 가장 밑의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 그친 줄 알았던 빗방울이 조금씩 다시 떨어지길래 한쪽 어깨에 우산을 걸친 채로 그려야 했다. (얼른 그림을 다 그리고 일어나야했다.)

은모래해변의 아침. 촉촉.
은모래해변의 아침. 촉촉.

여행친구들과 함께할 아침거리를 사들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이라 아쉬움은 짙어가지만, 그래도 우리 여행의 후반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스케블러의 남해여행 시리즈

‘이안 무어’씨도 부추겨주는, 남해의 유혹 – 경남 남해(1)

남해 독일마을에서 반짝반짝 – 경남 남해(2)

남해의 에어비앤비, 임촌마을 – 경남 남해(3)

금산 보리암에서의 배앓이 – 경남 남해(4)

다랭이마을, 감동의 ‘아이들’ – 경남 남해(5.끝)

 

  • 이상하게 유독 3번 글의 사진들이 표시되질 않네요 ㅠㅠ
    하지만 글이 재밌어서 쭉 읽고 있답니다 ㅎㅎㅎ

    남해는 한번도 가 본적 없는데, 마을 전체가 민박집인가 보네요 ㅎㅎ

    민박시스템 + 스케블러님의 작품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지 느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참 따뜻해지네요 ㅎㅎ 감사해요 ㅎ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어요 ^^ 며칠 또 여행다녀오느라 오랜만에 확인했네요. 네 임촌마을이라고 사실 그리 크진 않은데, ‘임촌민박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민박집이 많았어요.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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