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마을, 감동의 ‘아이들’ – 경남 남해(5.끝)

1박 2일간 남해여행의 마지막 행선지는 다랭이마을이었다.

남해여행기를 맺음하는 글에서 주제는, 당연히 여행을 함께한 사람들이다. 언젠가 우연히 우리 셋이서 개설한 단체방 이름을 ‘아이들’이라고 한 후부터, 어쩌다보니 우리는 ‘아이들’이 되었다. 그냥 지은 이름이었는데, 정말 이름대로 ‘아이’같이 순수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사이이기 때문에 적절한 작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번 여행은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었다. 고로, 사회생활 때의 고삐는 살짝 풀어도 된다는 말씀. 나는 독일마을에서 독어로 쓰인 간판이나 상표가 보일 때마다, 교환학생 시절 주워배운 되도않는 독일어를 끊임없이 나불댔다. ‘아이들’이 못알아들으니 내맘대로 막 읽어댔다. (독어 능력자가 곁에 있었다면 절대 그러지 않았겠지만 ㅋㅋ) 사실 ‘아이들’도 그걸 다 참고 들어준다기보다 적당히 무시하며 걸러 듣는 것 같았다.

임촌마을에 당도했을 즈음, 나는 또 내맘대로 신조어를 만들어서 떠들고 있었다.

나 : 남해에서 하는 에어비앤비, 완전 “남해어비앤비” 아닙니까?

P : (어이없음을 나타내는 짧은 탄식 + 살짝 측은한 눈빛) 쟤가 기호학을 공부했었어야 하는데. 내가 요즘 이어령님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도 보면 온갖 단어들이 조합된 신조어들이 난무하거든….

풍부한 독서량을 자랑하시는 P님의 애정어린 시선으로 감히 이어령님과 비교되었다. 하하하 사실 기분이 매우 좋았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상상이나 연상에 대해 여과없이 말하고 나눌 수 있는 것은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애정어린 시선으로 나를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참 감사하다.

그리고 내가 사전에 양해를 구한대로, 나는 들르는 행선지마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한 곳에 멈추어 20분 가량을 그림을 그렸다. 여행에서 일행이 있을 때 가장 신경쓰이고 또 미안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랭이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자, 서둘러 우리는 차를 세우고 전망 좋은 지점을 찾아 나섰다.

다랭이마을을 발견한 첫 전망 포인트에서.
다랭이마을을 발견한 첫 전망 포인트에서.

마지막 행선지인지라 그림 욕심이 나서 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그런 나를 기다려주었다.   심플한 버전으로 일러스트처럼 후딱 다 그렸다. 그런데 옆에 서계시던 아저씨 왈

요기는 잘 안보여. 저~짝에 가야 잘보인다.

우잉? 그러고보니 계단식 논이 잘 보이지가 않았다. 후딱 그림을 마무리짓고 아저씨가 일러준 건너편 좋은 전망대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역시나. 지붕에 꽃 그림을 그려놓은 것은 다랭이 마을의 동화같은 풍경을 완성해준 신의 한 수였다.

남해 다랭이마을, 제일 잘보이는 전망대에서
남해 다랭이마을, 제일 잘보이는 전망대에서
지붕에 꽃이 피는 남해 다랭이마을
지붕에 꽃이 피는 남해 다랭이마을

두번째 그림을 그리고 있자니, 아까부터 시원한 커피를 고파했던 다른 ‘아이들’멤버가 신경이 쓰였다.

우리 카페(는 차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위치였다)에 있을게. 다 그리고 올라와라 ㅋㅋㅋ

장난스레 저렇게 말해주는 게 좋았다. 어색하게 안괜찮으면서 괜찮은 척 ‘마음껏 그려’하는 가식이 있는 것이 오히려 더 불편했을 것이다.

‘아이들’ 여행이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 분명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바삐 보내던 중이었는데. 두 명의 우연한 타이밍이 겹쳤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가 노력을 모아모아 이번 여행을 성사시켰다.

사람들. 참 고맙다 🙂

 

 

스케블러의 남해여행 시리즈

‘이안 무어’씨도 부추겨주는, 남해의 유혹 – 경남 남해(1)

남해 독일마을에서 반짝반짝 – 경남 남해(2)

남해의 에어비앤비, 임촌마을 – 경남 남해(3)

금산 보리암에서의 배앓이 – 경남 남해(4)

다랭이마을, 감동의 ‘아이들’ – 경남 남해(5.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