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홈런! – 미국 시애틀

시애틀행 항공권을 구매하자마자 나는 메이저리그 경기 스케쥴부터 확인했다. 시애틀이 어디던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님이 활약하고 있는 곳 아니던가!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Safeco Field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인 Safeco Field 전경. 캬 날씨 좋~고!

나의 미국 도착일이던  2016년 9월 8일, 시애틀 Safeco Field 구장에는 마침 시애틀 마리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혼자 너무 김칫국을 마시거나 설레발을 치다보면 될 일도 안 될 수도 있다지만, 이미 나는 이대호  vs. 추신수 빅매치를 구경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대학교 시절 응원 열기(+ 꿀맛같은 치맥 포함!)가 흥겹고 좋아서 몇 번이고 야구장을 찾았더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야구 팬이라기보다 야구장 팬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나고 자라면 롯데 자이언츠 팬이 된다는 건 부산 출생자로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제였기에, 그런 내가 그 어느 야구장보다 흥겹다는 사직야구장의 응원열기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에 얽힌 어릴 적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난다. 부산에 살았을 적, 한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할 일이 있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씨티은행 ‘프로야구 홈런통장’ 이란다. ) 기본 컨셉은 기본 이율에 더해, 선택한 구단의 승수에 따라 우대 이율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은행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받은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롯데 자이언츠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내가 경제학을 그리 즐기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나보다 ^^ ) 부산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자란 나의 가장 오래된 벗은 자신도 같은 상품에 가입을 했었는데, 당시 SK 와이번즈를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그 친구를 “배신자!!!”라며 힐난했으나, 그 친구는 그냥 일찍이 사리에 밝았을 뿐이었다. ^^

여튼! 야구 덕후가 아님에도 한 때 야구장 응원문화에 심취했던 적이 있는 나로써, 나의  야구장 피크닉에 가장 큰 흥을 제공해주셨던 이대호 선수의 경기를 실제로 관람하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 주제가는 모든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시애틀로 떠나는 여행날이 가까워오면서,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해외야구 소식에 귀가 쫑긋 눈이 반짝! 그러나 8월쯤 추신수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 소식을 접했고, 나의 마음도 찢어지는 듯 했다. 두 선수를 다 볼 기대감은 반절이 되었지만, 이대호 선수만이라도 직접 보고싶다는 열망은 두 배가 되었다.

9월 8일 목요일, 오후 한 시쯤  시애틀에 도착해 유심카드를 장착하자마자 해외야구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경기 시작은 오후 8시였다.)

시애틀 마리너스, 이대호 출전 확정!

쾌재를 불렀다. 비행기 안에서 기대기대 했는데!! 역시 나의 여행운은!! 감사합니다 ㅋㅋㅋ 

타석에 서기 전 몸을 푸는 이대호선수의 모습
타석에 서기 전 몸을 푸는 이대호선수의 모습
타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대호 선수, 타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
그리고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

내가 시애틀에서 이대호 선수 주제곡을 듣게 되다니!!! “대~ 호! 대~ 호” 노래가 나올 땐 나도 정말 그 벅차오름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엉엉 ㅠ ㅠ 풋풋한 대학 새내기 시절 야구장에서 느꼈던 설렘이 다시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정말 기적같았던, 아직도 거짓말같은. 이대호 선수의 홈런!

홈런!!!!!!!!!!!!!!!!!

전광판을 가득 채운 이대호 선수의 홈런 소식!
전광판을 가득 채운 이대호 선수의 홈런 소식!
그리고, 거짓말같았던 홈런! 앞줄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서 기립박수 ㅠ ㅠ
앞줄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서 기립박수 ㅠ ㅠ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그 다음 날 목구멍 안이 간질간질할 정도로 아팠다. 그 순간의 감격은 오롯이 느껴야지 동영상을 남길 정신이 없었다. 

홈런 순간은 영상으로 담지 못했지만, 그 다음 안타는 영상으로 찍을 수 있었다. 야호 ! (1분 15초에 안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이 홈런은 무려 39일만에 터진 이대호 선수의 14호 홈런이었으며,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가 메이저리그 복귀 후 첫 홈런이었다고한다. 축하축하 짝짝짝!!! 역시 조선의 4번타자!!!!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 순간의 감동을 스케치북에 담아 보았다. 이대호 선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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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홈런경기 직관 기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