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블링, 어떻게 그릴까 (1) ‘잘’ 그릴 필요 없음! :)

블로그 컨텐츠 목차를 생각해봤다. 스케블링의 정의, 재료, 그리기 노하우 등으로 추려졌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그런 팁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스타일이 이렇다는 걸 정리 하는 게 목적이지 이렇게 해야 해요!가 아니므로 만인이 있다면 스케블링 스타일도 만개가 될테니까 🙂

어렸을 적 학원을 다니며 미술학도 이외의 진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재밌게 그렸고, 그러다보니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던 그 시절을 보내던 내가, 처음으로 벽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바로 석고소묘!

‘대각면’ 이라고 하는 요것이 첫 관문이었다. (요까지는 그래도 할만 했는데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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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줄줄이 대기중인 다른 석고상들이 있었으니.. 아그리파, 비너스, 줄리앙, 세네카 등등!!!

미술학도로서의 도장깨기 첫  문턱을 넘기도 전에 든 의문.

‘왜 석고상을 종이에 똑같이 옮겨 그려야하지?’

( 사실 지금 생각하면 석고소묘의 관문이 너무 버거웠던, 소위 말하는 ‘입시미술’ 때문에 그림의 즐거움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중2병 중학생의 핑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 관문을 넘고 계속 미술을 했다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었겠지?)

몇 년을 즐겁게 다녔던 미술학원에 눈물의 작별(선생님께 학원 그만 다닌다고 말씀드린 날, 머리 크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을 고하면서, 그래도 평생 연필 놓지는 말자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동안 (핑계 again! ㅋㅋ) 그림을 많이 그리진 않았다. 학교 (국영수 과목보다 성적 욕심 냈던ㅋㅋ)미술시간, 낙서, 가끔 친구들 선물정도? (그래도 아예 놓지는 않았었네)

대학 진학 후 어떤 형태로든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는 마음과, 더 넓은 세상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만나서 ‘스케블링’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도 학원 동료들 중 계속 미술학도의 길을 걸은 친구들 소식이 간간이 들리면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스케블링을 시작하면서, 결과적으론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던 게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정신승리 및 합리화로 이겨내야 하는 것 아니겠음? ㅋㅋ)

석고상 앞에 커다란 이젤을 펼쳐놓고 앉아서 하얀 도화지를 보면서 생각했던 건 ‘잘 그려야 한다’는 하는 부담감과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스케블링은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스케블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에이 뭐, 전공한 것도 아닌데. 좀 못그리면 어때. 내맘대로 그리면 되지’

내 여행의 기록을 담아내는 작업은, 이제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활동이 되었다. 일상에 지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스케치북을 뒤적이면 그림을 그렸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종이에 그대로 담아낼 필요가 전혀 없다고.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된다. 잘 못그리면 좀 어떤가. 내 여행인데. 실제와 똑같지 않으면 어떻고, 대~강 그리면 어때서. 적어도 내가 그림을 그리는 그 동안만큼은, 손바닥만한 그  스케치북이 내가 보는 세상 전부라고, 그러니 내가 그리기만 하면 잘 담아낸 그림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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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1 @파리 세느강 – 야경, 바또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