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라를 통해 처음으로 물건을 팔아보았다. (애초에 그런 결심을 한 이유가 새 물건을 사서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의 소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꽤나 특정 분야에는 물건욕심이 있는 편이라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도 없었다. (미니멀리즘 카페에 가보면 미니멀라이프랍시고 무인양품 스타일의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더러 있는 걸로 봐서는, 나 정도면 이미 나름 잘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ㅋㅋㅋ)
정들었던 아이들을 예쁘게 광내서 사진촬영을 해주기 위해 조명이 좋은 카페를 찾았다. 잘 팔리기 위해선 모름지기 자세하고 진실한 설명이 필요한 법이리라. 넓은 탁자 위에 나란히 줄을 세우고, 작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물건들을 그려보았다.
이미 지난 주말의 일이라,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진즉에 팔렸다. 역시 인기제품은 중고시장에서도 인기가 많구나.
일요일에도 휴일이 하루나 더 남았다며 행복할 수 있었던 이번 설 연휴. 친구와 함께하는 스케블 클래스 와중에, 열심히 집중해 그림 그리는 친구 모습을 슥삭~ 담아보았다. (이 날 주제는 인체 구조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깨가 좀 너무 넓게 그려져서 친구에게 미안했다………. )
2016년 skevel book을 만들면서, 꼭 여행을 가서야만 그림을 그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내 일상을 구성하는 무수한 소중한 것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여유조차 없었던 걸까 하는 반성을 했다. 올해엔 일상의 아름다운 구석구석도 많이 담아야지.
펑펑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 송이 하얀 꽃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새하얗게 내리는 눈 덕에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가 생각났다. 5년 전, 1박 2일로 떠났던 전주여행길에서, 할매는 겁도없이 눈길을 헤치고 새벽길에 나섰었었나보다. 전동성당 새벽미사 가는 길이라고 써놓긴 했는데, 진짜 미사를 드렸었는지는 기억이 없… (그래도 새벽에 성당도 가고 그랬네 오올 ㅋㅋ)
새하얀 옷을 입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더 부지런한 그 누군가가 남겨둔 발자국이 인상 깊었다. 스케치북을 찬찬히 다시 보다보니, 가로등 밑에서 오들오들 떨며 그림을 그렸던 기억은 난다.
친구에게 일상의 기록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일 수 있는지를, 나의 손때묻은 스케치북들을 교재삼아 직접 보여주던 중이었다.
맞아, 너 엄청 다양하게 그렸었잖아. 근데 요즘은 주로 풍경을 많이 그리더라?
그러고보니 ‘스케블링’이라고 이름 붙인 후로, 여행지의 풍경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함은 깊어지나 오히려 틀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오랜 벗의 그 한 마디가 참 고마웠다.
벗과 함께한 1박 2일의 강화도 여행을, 라이브로 그때 그때 스케치북을 채워가며 완성했던 그림이다. 딱 5년 전의 여행이었다.
절친과 함께한 1박2일 강화도여행 (2012)
내가 여기 저기를 쏘다니며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건, 큰 계기가 있었서라기보단 마음이 동해서 행동이 따라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있자니, 기억력이 그닥 좋지 못할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가 발휘한 선견지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KTX산천을 처음 탄 소감, 강화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던 경험, 충남서산집, 가는 길에 만난 아주머니, 밥도둑이라고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먹었던 음식들, 해품달 드라마를 보며 꺅꺅거렸던(심지어 무슨 장면이었는지도 기억남ㅋㅋ) 달밤, 버스 창밖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고인돌…
그림 덕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여행을 떠나서야만 그림을 그리는 나의 요상한 심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답은 쉽게 나왔다. 일상을 구성하는 그 무수한 소중한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는 것과 여유가 있는 것은 다르다.) 늘 좋고,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게 여행인데, 그러다보니 일상의 가치를 너무 폄하하지는 않았었나 반성이 되기도 했다.
지난 가을, 또 하나의 너무나도 즐거웠던 여행을 마치며 다짐했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자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도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릴 수 있는 여행자 특유의 여유를 일상에서도 발휘하며 살자고. 결심을 다짐해도 자꾸만 잊는 게 인간의 매력인지라, 늘 지키진 못하지만 얼추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tvN드라마 ‘또 오해영’을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다.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한강 둔치에 걸터앉아 세상-하지만 어디까지나 혼자의 반경-에게 내뱉는 말이다.
찌질함과 열등감이 범벅된 그 상처 투성이의 감정을 너무나 진솔하게 나타낸 대사가 아닌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그냥오해영’은 신청한 적도, 참가를 원한 적도 없는 레이스의 참가자가 되어 있었다. 애초에 선택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어색한 웃음으로 애써 포장해보는 게 세상을 거스르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의 타협일 뿐이다. 이미 수많은 눈들은 동의없는 경연을 응원하기 바빴고, ‘그냥오해영’의 마음을 헤아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온갖 미사여구와 진지한 나레이션으로 분위기 잡는 수천마디의 대사보다, 때론 치졸하기도 하고 구질구질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마음을 정말 잘 대변해주는 멋진 한 마디라고 생각한다. 작가님 대사 참 잘 뽑으신 듯.
2. 서울자전거 따릉이
다이어리에다 매일 일과 중 가장 좋았던 것 하나를 빨간 볼펜으로 적고 별표를 친다. 요즘엔 서울시 공영 자전거인 ‘따릉이’ 의 붉은 별표 점유율이 제일 높다. 해가 지는 8시쯤을 기다렸다가 가까운 따릉이 거치대를 향한다. 나의 주된 출몰지 모두가 따릉이 시범운영지역에 속한다. 아무래도 난 따릉이 라이더가 될 운명이었나보다.
1일권은 단 돈 천원. 탑승 후 한 시간이 경과되기 전에만 가까운 거치대에 태깅을 하면 최대 4시간까지 탈 수 있다. (1시간 초과할 경우 30분당 1000원씩 추가 요금!)
장바구니도 달려있고, 밤엔 안전운행을 위한 전조등도 켜진다. 기어는 3단까지 조정가능하다. 보행자 곁을 지나거나, 도로의 연석 사이를 통과해야할 때면 충분한 공간이 있음에도 괜히 긴장하게 되는 초보자(나)에게 제격이다. 쿠션은 또 어떠한가. 폭신~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한 턱에 걸려 쿵! 하더라도 충격 흡수가 잘된다.
오후 즈음 ‘따릉이 어벤저스’ 결성이 가능한지를 가늠해보다 벙개 출격을 하게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저녁이 된다.
여튼 나의 따릉이 예찬은 이정도로 하고. 흠흠.
첫 따릉이 시승을 마친 후, 시범운영지역에 소량의 패션 따릉이를 함께 배치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어느 햇살 좋은 날, 노랑 분홍으로 이쁘게 꾸며진 패션따릉이를 탄 사람이 내 옆을 지났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는데, 아마 그 순간에 나는 그 별 것도 아닌 ‘희소성’이란 녀석의 농간에 넘어갔던 것 같다.
그냥따릉이 vs 패션따릉이
흰 색의 기본 따릉이도 썩 깔끔하고 멋지다. 하지만 그 이후로 꼭 동네의 거치대 몇 곳을 돌아서라도 패션 따릉이를 발굴하고서야 본격 라이딩을 시작하곤했다.
회사 친구와 함께 참가한 푸마 ‘이그나이트 서울’ 레이스. 스포츠 브랜드들이 이런류의 마라톤 행사들을 많이 개최한다. 나이키, 아디다스, 미즈노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고 알고있다. 예쁜 티셔츠도 받고 + 도심 속 유쾌한 질주 + 신나는 애프터파티까지 즐길 수 있는 있는 기회이므로 참석했다. (사실 신청할 때만해도 이렇게 다채로운 행사가 있는 지 몰랐다 🙂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는 일요일 비소식을 알려왔고,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지. 레이스 출발 시각인 5시에는 이미 장대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오면 뛰지 않겠노라며, 고생하기 싫다고 10번은 더 말했었다. 하지만 이왕 신청한 거… 그리고 이미 물품보관차량은 도착지점인 여의도로 출발했으므로…ㅋㅋ 사실 우중런은 처음인데 신날 거란 친구 말에 속는셈치고 뛰기 시작했다.
홍대 삼거리에서 출발해, 광흥창역에서 서강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넘어가는 코스였다. 쨍한 핑크 티셔츠를 갖춰입은 레이스 참가자들이 만들어내는 예쁜 풍경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우리 때문에 반으로 줄어든 차선 위를 달리는 버스 속 승객들은 이게 무슨 광경인가 하며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들이 우비를 쓰고 도로 위를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으니 신기할 만도 했겠지.
10Km 레이스는 첫 참가였는데 사실 별로 준비를 하지 않아서 애초에 반만 뛰고 반은 걸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대로 완주하게 되었다. 하하하
(자숙기간이라 평소에 잘 볼 수 없었던) 노찌롱이 mc로 나서서 출발 전 참가자들의 흥을 돋구어주었고, 4km와 7km지점 쯤에서 (코스가 구불구불해서 지났던 지점을 다시 지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노브레인 삘의 밴드가 신나는 음악을 선사해줬다. 이어폰 한쪽이 고장난데다 비가 와서 괜히 걱정이 되어 이어폰을 일부러 안꼈는데, 역시 러닝에는 음악이 필요하다! 진리인듯. 다음번엔 블루투스 이어폰을 시도해봐야겠다.
레이스 완주 후 간식과 메달을 받고, 애프터파티 공연을 즐기러 무대 앞으로 직행! 싸이공연은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콘서트에서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싸이 공연은 ‘싸이어트’가 가능하다. 신나게 뛸 수 있어서 그만큼 칼로리 소모가 많았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이 담긴 생각이지. 훗.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