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dplay in Seoul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다녀왔다. 황홀했던 두 시간을 보내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두 눈, 마음, 머리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 

이건 스크래치화가 제격이겠군!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인연이 없었던 24색 크레파스를 굳이 기어코 사서 그림을 그렸다.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는 스크래치화를 그리면 된다는 생활을 지혜를 터득했다. 

무대효과, 연출, 노래, 무대매너! 인생 공연으로 기억될 콘서트였다 🙂
콜드플레이 콘서트 스크래치화

이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친구가, 요새는 스크래치 용지도 파는 거 아냐고 물었다. 뭔가 고생해가면서 그려야 되는데 세상이 쓸데없이 좋아져서 요새 애들이 게을러진다는 농담과 함께.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요~” 라는 식으로 자주 불거지는 세대 갈등은 수천년 전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있었댄다. 한 살, 한 기수 차이 가지고도 ‘요즘 애들은’ ‘이번 애들은’ 이라며 핀잔주는 모습들, 솔직히 엄청 많이 봤다. 나도 가끔씩은 내가 뱉는 말이 ‘젊은 꼰대’스럽지는 않나 반성할 때도 있다.

소위 말하는 젊은 세대라는 우리도 이럴진대, 우리를 보는 어른들은 어떨까? 말이 안통한다며, 이해할 수 없다고 답답해하는 우리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그들도 할 말이 많지 않을까. 사실 그들이 누렸던 젊음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너무나도 빠른 속도와 큰 규모의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에는 다들 너무나도 여유가 없어보이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내일은 친한 아재들한테 아재라고 너무 핀잔드리지 말아야겠다. ㅋㅋㅋㅋ

여유로운 연휴의 끝자락, 친구와 함께한 스케블 클래스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카페에서 그림그리며 노닥노닥

여유가 넘쳤던 설 연휴의 끝자락. 

일요일에도 휴일이 하루나 더 남았다며 행복할 수 있었던 이번 설 연휴. 친구와 함께하는 스케블 클래스 와중에, 열심히 집중해 그림 그리는 친구 모습을 슥삭~ 담아보았다. (이 날 주제는 인체 구조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깨가 좀 너무 넓게 그려져서 친구에게 미안했다………. )

2016년 skevel book을 만들면서, 꼭 여행을 가서야만 그림을 그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내 일상을 구성하는 무수한 소중한 것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여유조차 없었던 걸까 하는 반성을 했다. 올해엔 일상의 아름다운 구석구석도 많이 담아야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홈런! – 미국 시애틀

시애틀행 항공권을 구매하자마자 나는 메이저리그 경기 스케쥴부터 확인했다. 시애틀이 어디던가.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님이 활약하고 있는 곳 아니던가!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 Safeco Field
시애틀 매리너스 홈구장인 Safeco Field 전경. 캬 날씨 좋~고!

나의 미국 도착일이던  2016년 9월 8일, 시애틀 Safeco Field 구장에는 마침 시애틀 마리너스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혼자 너무 김칫국을 마시거나 설레발을 치다보면 될 일도 안 될 수도 있다지만, 이미 나는 이대호  vs. 추신수 빅매치를 구경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대학교 시절 응원 열기(+ 꿀맛같은 치맥 포함!)가 흥겹고 좋아서 몇 번이고 야구장을 찾았더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야구 팬이라기보다 야구장 팬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사람이 나고 자라면 롯데 자이언츠 팬이 된다는 건 부산 출생자로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명제였기에, 그런 내가 그 어느 야구장보다 흥겹다는 사직야구장의 응원열기에 매료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에 얽힌 어릴 적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난다. 부산에 살았을 적, 한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할 일이 있었다. (지금 검색해보니 씨티은행 ‘프로야구 홈런통장’ 이란다. ) 기본 컨셉은 기본 이율에 더해, 선택한 구단의 승수에 따라 우대 이율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은행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받은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롯데 자이언츠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었다. (내가 경제학을 그리 즐기지 않았던 데는 이유가 있나보다 ^^ ) 부산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자란 나의 가장 오래된 벗은 자신도 같은 상품에 가입을 했었는데, 당시 SK 와이번즈를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그 친구를 “배신자!!!”라며 힐난했으나, 그 친구는 그냥 일찍이 사리에 밝았을 뿐이었다. ^^

여튼! 야구 덕후가 아님에도 한 때 야구장 응원문화에 심취했던 적이 있는 나로써, 나의  야구장 피크닉에 가장 큰 흥을 제공해주셨던 이대호 선수의 경기를 실제로 관람하는 건 정말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 주제가는 모든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다. 

시애틀로 떠나는 여행날이 가까워오면서, 평소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해외야구 소식에 귀가 쫑긋 눈이 반짝! 그러나 8월쯤 추신수 선수의 부상으로 인한 시즌 아웃 소식을 접했고, 나의 마음도 찢어지는 듯 했다. 두 선수를 다 볼 기대감은 반절이 되었지만, 이대호 선수만이라도 직접 보고싶다는 열망은 두 배가 되었다.

9월 8일 목요일, 오후 한 시쯤  시애틀에 도착해 유심카드를 장착하자마자 해외야구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경기 시작은 오후 8시였다.)

시애틀 마리너스, 이대호 출전 확정!

쾌재를 불렀다. 비행기 안에서 기대기대 했는데!! 역시 나의 여행운은!! 감사합니다 ㅋㅋㅋ 

타석에 서기 전 몸을 푸는 이대호선수의 모습
타석에 서기 전 몸을 푸는 이대호선수의 모습
타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대호 선수, 타석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
그리고 울려퍼지는, “대~호! 대~호!”

내가 시애틀에서 이대호 선수 주제곡을 듣게 되다니!!! “대~ 호! 대~ 호” 노래가 나올 땐 나도 정말 그 벅차오름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엉엉 ㅠ ㅠ 풋풋한 대학 새내기 시절 야구장에서 느꼈던 설렘이 다시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정말 기적같았던, 아직도 거짓말같은. 이대호 선수의 홈런!

홈런!!!!!!!!!!!!!!!!!

전광판을 가득 채운 이대호 선수의 홈런 소식!
전광판을 가득 채운 이대호 선수의 홈런 소식!
그리고, 거짓말같았던 홈런! 앞줄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서 기립박수 ㅠ ㅠ
앞줄 아저씨도 벌떡 일어나서 기립박수 ㅠ ㅠ

어찌나 소리를 질러댔는지, 그 다음 날 목구멍 안이 간질간질할 정도로 아팠다. 그 순간의 감격은 오롯이 느껴야지 동영상을 남길 정신이 없었다. 

홈런 순간은 영상으로 담지 못했지만, 그 다음 안타는 영상으로 찍을 수 있었다. 야호 ! (1분 15초에 안타!)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이 홈런은 무려 39일만에 터진 이대호 선수의 14호 홈런이었으며, 마이너리그에 내려갔다가 메이저리그 복귀 후 첫 홈런이었다고한다. 축하축하 짝짝짝!!! 역시 조선의 4번타자!!!!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그 순간의 감동을 스케치북에 담아 보았다. 이대호 선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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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 홈런경기 직관 기념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현자 – 발리(2)

스케치북 뒷면에 써둔 그날의 상황을 그대로 옮겨본다. 

2013. 8. 5. 월 11AM

<비닐봉지를 뒤집어쓴 현자>

갑자기 쏟아진 비를 피하기 위해 급히 길가의 차양 밑으로 들어갔다. 스쿠터를 타고 쌩쌩 달리던 발리인들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니 일동정지!! 하나, 둘 스쿠터에서 내리더니 비옷을 챙겨 입었다. 비옷이 없는 이는 비 피할 곳을 찾아 동분서주 움직였다. 호스텔을 코앞에 두고 비가 쏟아진 터라, 황망한 마음에 하염없이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 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아저씨가 비를 피하려고 내가 서있던 차양으로 다가왔다. 아저씨는 머리에 비닐봉지를 뒤집어쓰고, 목에는 매연을 조금이라도 덜 들이마시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손수건을 둘러매고 있었다. 나보다 한 계단 아래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고는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냐부터 시작해 이래저래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의 이야기 보따리를 주절주절 늘어놓는데, 이 아저씨 ㅋㅋㅋ 만능이시다. 엔지니어 전공했다더니 자기가 회사 운영, 부도나는 것까지 다 안다셔서,  컨설턴트냐니까 그것도 맞단다. 왕년에 의대 합격도 했는데 형편이 어려워 공대를 갔고, 지금은 어릴 때 꿈인 medical advice도 한단다. 근데 서핑, 골프까지 가르친다고! 그 와중에 주로 종교활동을 많이 하시는지 spiritual 어쩌구 저쩌구를 많이 강조하셨다. 류시화 시인이 인도여행 중에 만난 막무가내 다짜고짜 현자들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호스텔로 돌아오자마자 그 아저씨를 그렸다. 비가 와서 실망한 내게 색다른 기억을 남겨주었으니~ Thanks, Chris 아저씨! 

길에서 만난 현자
길에서 만난 현자

 

헉! 대만여행에 비자가 필요했던가? – 대만 타이베이 모녀여행(1)

2016년 6월 3일~ 6월 6일. 내게는 역사적인 3박 4일이었다.

모처럼의 연휴를 활용해, 3박 4일간 어머니를 모시고 대만 타이베이에 다녀왔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제법 해외여행 노하우를 쌓았다는 딸내미와는 다르게, 이번 여행은 어머니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진작에 어머니를 모시고 바다를 건너고 싶었었는데, 마음같지 않은 세상의 타이밍은 올해에서야 첫 모녀 해외여행을 성사시켜 주었다.

엄마는 출발 몇 개월 전, 처음으로 여권을 만드셨다. 소녀같은 우리 엄마, 얼마나 설레어하셨을지. 구청에 여권을 신청하러 가셨을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떳다 떳다 비행기
떳다 떳다 비행기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나로서도 참 설레고 기대가 되는 이벤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에 있어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참으로 중요한 일인데, 나는 우리 엄마가 최고의 여행메이트가 될 것이란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엄마의 취미 또한 그림그리기이다. 모전여전인걸까.엄마는 몇년 전 동네 문화원의 미술강좌를 수강하시면서 본격 미술취미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하셨다. 전공자의 길을 일찌감치 때려쳤던 딸내미는, 차마 내다버리지 못하고 보관중이던 갖은 화구로 전폭적인 지지의사를 보냈다.

엄마에겐 작업실도 있다. 바로,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우리집 베란다. 멋드러지게 펼쳐진 이젤 옆으로 물감, 캔버스, 붓통 등 온갖 화구들을 다 갖춘 엄마의 작업실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 특유의 물감 냄새가 스며있다.

그림그리는 우리 엄마
그림그리는 우리 엄마. 그림 그리시는 고운 모습을 지켜보다가 몰래 그렸다.

어릴 적 미술학원을 나름 전문적으로 다닌다고 설쳤던 나인데, 그때의 나는 비교올리지도 못할 정도의 포스를 풍기신다. (엄마는 늘 취미반일 뿐이라며 아니라고 하시지만) 수채화, 유화 습작들이 쌓여있는 그 공간은 엄마의 손길이 가득한 정말 멋진 공간이다. 때론 과감하게 색을 내는 붓터치를 보자면, 그리고 몇 장씩 쌓여있는 같은 그림의 습작들을 보자면,  입시 미술의 틀 안에서 놀았던 (같은 그림은 지겨워서 절대 두번 못그리는 성격의) 나는 부끄러워질 뿐었다.

다시 여행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엄마는 여행 중에 그림을 그리느라 한참을 멈춰있을 딸내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기다려주실 수 있는 분이다. 어쩌면 같이 그림을 그리실지도. 언젠가 유럽 모처의 안개낀 호숫가 마을로 함께 이젤을 펴고 그림을 그리러 가고 싶다.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가기도 전에 이런 소망들부터 뭉게뭉게 피어났다. 언젠간 가겠지. 믿는다, 나의 실행력)

여튼 첫 여행이니만큼, 가볍게 다녀올 수 있게 그리 멀지 않은 대만 타이베이로 첫 행선지를 정했다. 그리고 나의 제1의 목표는, 엄마를 편하고 즐겁게 모시는 것. 하여, 나는 미리부터 나름의 경험치를 십분 활용해 야심찬 준비를 하였다.

엄마는 나만 믿고 몸만 오시면 된다고 큰 소리를 떵떵 쳤었더랬다. 척척 알아서 가이드까지 다 하는 딸이 되리라고. 여행을 좀 다녀본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다 아는 노하우들이지만, 괜시리 엄마 앞에서 ‘아이고 우리딸 최고다’하는 칭찬을 듣고 싶었었던 것 같다. 미리 환전해둔 돈 공항에서 찾기, 현지에서 쓸 어댑터 통신사에서 빌리기, 자동출입국심사 등록시켜드리기 등 노련한 여행자의 자태를 뽐내며 공항을 누볐다.

우리가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한 탓인지, 체크인 시작 시간이 생각보다 늦길래 한참을 공항 구경을 하고 다시 체크인을 카운터로 갔다. 그랬더니 이미 인산인해로 북적이는 카운터 앞. 별것 아니지만 나는 또 여행자 신공이랍시고 웹체크인을 시도했고, 전용 카운터에 대기없이 짐을 부치고, 여전히 대기중이었던 많은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쳐 입국심사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엄마가 감탄하시고, 나는 뿌듯할 수 있었던 소소한 포인트 하나 추가!

작년 가을 처음으로 ‘공항 라운지’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신. 세. 계.란 이런것이구나. 항공권, 숙박 예약 후 처음으로 준비했던 건 바로 어머니를 위한 공항 라운지용 카드발급. 지인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폭풍검색으로 검증을 한 후 가족카드가 발급되는 종류로,  라운지 전용 카드를 새로 발급받아 두었다.

출국전, 인천공항에서만 3개의 라운지를 돌았다.
출국전, 여유가 넘쳤던 우리는 인천공항에서만 3개의 라운지를 돌았다.

공항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우리 모녀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곤히 잠을 청했다. (심지어 나는 이륙도 하기 전에 잠들었다.) 그리고 나온 비행기 기내식. 사실 하늘 위에서 먹는다는 특별한 점 하나 빼고는 음식 자체가 뛰어난 것도 아닌데, 아주 특별한 그 점 하나가 우리를 설레게 하는 법이다. 미리 주문해둔 스페셜 밀로 다른 메뉴를 받아내면서 또 엄마 감탄시키기 한번 더 성공.

비행기하면 기내식!
비행기하면 기내식!

‘해외여행 노하우 많은 멋진 딸’ 놀이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승무원이 나눠준 대만 입국신고서, 당연히 엄마는 내게 작성을 위임했고 나는 또 자랑스레 맡겨만 달라며 으쓱했다. 하지만 나를 당황케 한 대목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비자.

비자 종류와 번호를 쓰라고?

응?

응??

어라????

항공권, 호텔, 현지에서 이용할 투어, 기념품, 방문할 장소, 라운지 신용카드, 환전, 콘센트 등 그 수많은 걸 준비하고 기획하면서 어째서 나는 한번도 ‘비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여권파워 세계 2위라는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로서, 무비자 여행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당연히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럽 국가나 동남아 어딘가라면 차라리 안심했을텐데, 상해에 갔을 때 별도의 비자를 미리 발급받았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팽팽돌아가는 머리 속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대만에 내렸는데 비자 때문에 입국 거부를 당하면 어찌되지? 나야 그렇다 치는데 엄마는 어쩐다? 아 왜 네이버에 ‘대만 비자’ 이 네 글자를 검색해볼 생각을 못했지, 다른 사람들은 다 발급 받았나? 필요한 거 맞을까?

강심장 우리 엄마는 덤덤해 보였다. 뭘 어찌하든 늘 믿어주는 우리 엄마의 스타일일까. 당황하는 딸 옆에서 당황을 거들어보았자 해결되는 건 없다는 지혜를 터득한 어머니의 위엄이었을까.

나도 다시 차분히 생각을 시작했다.

대만 비자가 필요했다면 내가 무수히 드나들었던 대만여행카페나, 안내책자에 관련 정보가 없을 턱이 없었겠지. 아무도 비자에 대한 말이 없었단 말씀. 즉,  대만도 무비자가 맞을거야!

착륙 후 공항 와이파이 신호를 잡자 마자 검색해본 결과,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대만을 관광목적으로 방문 시 90일까지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단다. 예상은 했지만 안도의 한숨.

그제서야 뭔가 탁! 하고 풀리는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엄마랑 즐겁게 여행을 하고싶었고, 엄마의 첫 여행을 위해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많이 긴장을 하고 있었구나. 정작 엄마는 몇번이고 무리할 필요 없다고 나를 다독여 주셨는데. 실제로 엄마는 가고싶은 것, 하고싶은 것에 대해 재차 묻는 내게 간단히 대답하셨었다.

“101타워 이런 사람많은 데 안가도 된다”

“망고빙수 먹고 야시장? 그림 구경이나 좀 했으면 좋겠다”

모녀여행의 초입에서, 나도 모르게 바짝 힘이 들어갔던 어깨를 잠시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었다. 엄마랑 나랑, 그저 즐겁고 함께하는 게 좋은 여행이 되기를.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들 수 있기를. 싸우는 일 없기를!!!

 

‘이안 무어’씨도 부추겨주는, 남해의 유혹 – 경남 남해(1)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대전 역에 정차하겠습니다.

비몽사몽한 채로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은 지 한 시간쯤이 지났나보다. 어제 글쟁이 선배와 담소를 나눈 후, 그 어느 때보다도 창작에 대한 욕구가 불타오르고 있다. 마침 기차라는 공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창작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몸뚱아리는 그런 내 마음도 몰라주는지 하염없이 하품을 쏟아낸다. (아마 곧 곯아떨어질 예감이 든다.)

나는 지금, 남해로 가고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거절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 있다면 여행 제안이다. (사실 맛있는 음식도 참 좋아하는데, 여행이라면 모름지기 식도락이라는 요소를 꼭 포함하기 때문에 여행이 제일이라고 봐야한다.) 그런 나의 속성을 꿰뚫어본 귀신같은 여인네들의 꾐에 넘어갔다. 당장 일 주일 후에 반년간 벼뤄온 여행일정이 있고, 주말에 작업해야할 일이 있고.. 라고 하면서 난색을 표하면 뭘하나. 이미 내 손은 출발 집결지인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표를 결제하고 있는 것을.

여행을 떠날 때는 일상에서보다 책을 더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집중이 잘 된달까. 한 달 전쯤 사두고 재밌게 읽기 시작해 아껴둔(늘 완독을 잘 못해내는 내 독서버릇을 탓해본다.) 책 한 권을 아침 댓바람 여행길에 집어들었다.

영국에서의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영국에서의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영국에서의 사흘 프랑스에서 나흘]. 부제는 [코미디언 무어씨의 문화충돌 라이프]. [이안무어] 지음, [박상현] 옮김, [남해의봄날] 펴냄.

어딘가에서 읽은 소개글을 읽고 마음이 끌려서 주문한 책이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에는, 우리나라 책답지 않은 가벼운 무게(500페이지에 가까운데도 꽤 가볍다!)와 깔끔한 편집이 특히나 마음에 들었다. 우리나라 출판계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가벼운 문고판 책 발간이 어렵다고 알고 있기에, 여행길에 오를 때면 늘 외국원서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원서는 책장에서 나의 지적 허영심을 대변해주는 인테리어 소품일 뿐)

스탠드업 코미디를 업으로 하는 모드족 영국 신사 이안 무어(Ian Moore)씨가 프랑스 시골 농장에 정착하여, 발 네개 달린 식구들을 포함한 대가족을 꾸리고 사는 이야기들을 재치있게 엮어 놓았다. 프랑스인과 영국인이 서로를 미묘하게(아니 어쩌면 대놓고) 꼬집는 특성이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그런 측면에서 뾰로통한 영국신사의 글 솜씨가 빛을 발하는 것 같다. 읽다가 피식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나왔다. 기차 옆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잠들어 있어 다행이다.

내가 못 참는 건 항상 똑같은 길로 가는 것이다. 가능하면 멀리 돌아가면서 기어도 바꾸고, 이런저런 교차로와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도로나 새로운 경치를 찾아가는 게 좋다. 출장을 많이 다니는 것도 이런 성격과 관련이 있겠지만, 나는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흥미로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가고싶은 곳에 간다. 나는 자유인이다. (121p)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나도 이런 자유인이고 싶다. 아니 이미 나는 자유인이다. (확언을 해서 그렇다고 해버리자!) 그래서 조금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한 0.5초는 했으려나) 했지만 지금 떠나는 중이겠지.

우리 열차는 잠시 후, 동대구역에 정차하겠습니다.

(아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는데, 그새 한 시간이 또 지났다니 )

기차에 올라서 책을 읽는 도중에야 이 책을 펴낸 곳이 “남해의봄날”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아니 또 내가 남해로 가는 중인 건 어찌 알고!

책 맨 마지막 장에 조그맣게 적힌 글귀가 이 출판사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책 날개에 적혀진 책과 출판사 소개. 이것만 봐도 봄날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듯 하다.
책 날개에 적혀진 책과 출판사 소개. 이것만 봐도 봄날의 따뜻함이 전해지는 듯 하다.

도서출판 남해의봄날 로컬북스 – 이웃한 도시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자연과 문화, 아름다움을 품고 있습니다. 독특한 개성을 간직한 크고 작은 도시의 매력, 그리고 지역에 애정을 갖고 뿌리내려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남해의봄날이 하나씩 찾아내어 함께 나누겠습니다.

아직 책은 반절도 못읽었지만, 하품으로 계속 SOS를 보내오는 몸뚱아리를 졸음에서 좀 구제해줘야겠다 싶어서 얼른 떠오른 이미지를 스케치북에 그리기부터 했다. (사실 책에 이미 일러스트가 있어서 상상하기가 수월했다)

터키 사탕을 요리하는 코미디언 이안무어씨를 상상해보았다.
터키 사탕을 요리하는 코미디언 이안무어씨를 상상해보았다. (실제로 요리때도 정장을 입진 않곘지. 설마.)

팔에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한 시간 반쯤 저으면 믹스가 프라이팬 가운데 걸쭉한 엿처럼 덩어리로 모인다. 끓으면서 튀는 마르멜로에 손과 얼굴을 데고 싶지 않으면 나처럼 장갑과 고글 착용을 권한다.(482p)

따스한 봄날같은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출판사가 있는 남해. 그곳으로 가고있다. 새로운 경치를 찾아나서는 자유인의 느낌을 만끽하자. 게다가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니. 이안 무어씨만큼 좌충우돌(이면 큰일인데)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한 30분은 눈을 붙일 수 있겠다. 야호!

 

스케블러의 남해여행 시리즈

‘이안 무어’씨도 부추겨주는, 남해의 유혹 – 경남 남해(1)

남해 독일마을에서 반짝반짝 – 경남 남해(2)

남해의 에어비앤비, 임촌마을 – 경남 남해(3)

금산 보리암에서의 배앓이 – 경남 남해(4)

다랭이마을, 감동의 ‘아이들’ – 경남 남해(5.끝)

 

굿와이프 완소 캐릭터 팬아트 2탄 – My Favorite Characters @The Good Wife (2)

(미드 굿와이프 – 스포일러 포함 & 드라마 내용은 기억에 의존해서 쓴 것이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ㅋㅋ)

애정하는 굿와이프의 종영을 기념하며 장난스레 시작한 팬아트(덕질ㅋㅋ)였는데 역시 공감대가 있어서 그런지 친구들이 많이 좋아해줬다. 원래 스케치+트래블=스캐블로 컨셉을 잡았으나, 잠깐 외도를…ㅋㅋ

지난 포스팅인 굿와이프 완소 캐릭터 팬아트 1탄에서는 알리샤, 다이앤, 엘스베스 타시오니, 일라이골드&마리사골드 부녀 이렇게 5명을 그렸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처음으로 카드뉴스 형태 컨텐츠 제작도 해보았는데, 다른 굿와이프 팬 여러분들이 보고싶은 캐릭터로 캐리, 윌, 그리고 칼린다를 꼽아주셨다.

시즌 후반부에 등장한 제이슨이라는 인물의 달콤함에 깜빡 속아 윌 가드너의 존재를 망각했던 내게, 같이 굿와이프 팬질하던 언니가 던져준 링크는 큰 반성을 일으키게 했다.

캡처
알리샤 + 윌 러브스토리 포스팅 @굿와이프  페이스북 페이지 [ 원본 동영상 링크는 여기로  (준비물 : 눈물닦을 티슈) ]  

 

제이슨 때문에 윌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던 사람은 누구냐며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팬아트 제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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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y Agos @The Good Wife

캐리 아고스. 처음 록하트&가드너 로펌에서 신입변호사 자리를 두고 알리샤와 경쟁하는 인물로 처음 등장했다. 피터 플로릭 밑에서 검사로 일하기도 하고, 나중에 기명파트너 자리까지 올라가는 능력있는 변호사. 카리스마 넘치는 조사관 칼린다와 애틋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는 듯 했으나! 칼린다가 떠나버리면서 둘의 해피엔딩은 볼 수가 없었다. ㅠ ㅠ 칼린다 하차 이후 시즌 후반부로 올수록 가장 캐붕(캐릭터 붕괴)가 심해서 안타까웠던 캐릭터. 작가의 미움을 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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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inda Sharma @The Good Wife

칼린다 샤르마. 록하트&… 이름자주 바뀐 그 로펌에서 해결사로 활약하는 만능 조사관이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사능력으로, 여러 사건들에서 핵심 실마리를 찾아내 로펌의 승소율에 큰 기여를 하는 인물이다. 남녀 구분없이 여러 사람에게 마성의 매력을 뿜어내지만 아무래도 많은 팬들은(나는 ㅋㅋ) 캐리와 이어지기를 바랐다. 모종의 이유로 신분세탁을 한 터라 그녀의 숨겨진 과거에 많은 관심이 쏠렸으나, 전남편이 등장해서 그 궁금증이 해소될 듯 했지만 시원하게 밝혀지진 않은채로 많은 팬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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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Gardner @The Good Wife

윌 가드너. 풀 네임은 윌리엄이지만 모두가 그냥 윌이라고 부른다. 알리샤의 영원한 사랑. 굿와이프의 w진정한 남자주인공! 록하트&가드너의 기명파트너로, 시카고의 무슨 잘나가는 미혼남 랭킹(써놓고보니 무슨 이런 게 있나 싶은데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나서 여튼) 상위에에 오를 정도로 능력있는 변호사다. 조지타운 로스쿨 시절부터 알리샤를 연모해왔으며, 운명처럼 자신의 로펌에 다니게 된 알리샤와 애틋한 사랑에 성공한다. 알리샤와 윌의 꽁냥꽁냥하는 장면은 굿와이프 팬들 여럿을 미소짓게 하였으나! 법정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로 사망하면서 팬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안돼 ㅠ ㅠ ㅠ) 시즌7에서 컴백하느냐 마느냐로 여러 팬들을 기대하게 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여 간만에 등장한 장면에서 알리샤의 영원한 사랑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정말 애정하는 캐릭터들은 이제 다 그린 것 같다. 정말 재밌게 본 드라마였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테다.

이제 외도는 그만하고 다시 여행컨텐츠로 돌아가야지.. 🙂

 

미드 굿와이프 완소 캐릭터 팬아트 1탄 My Favorite Characters @The Good Wife (1)

(미드 굿와이프 – 스포일러 포함 & 드라마 내용은 기억에 의존해서 쓴 것이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ㅋㅋ)

2016년 5월 9일은 미국 CBS 드라마 굿와이프(The Good Wife) 시리즈피날레 날이었다. (시즌피날레는 해당 시즌의 종방, 시리즈 피날레는 드라마 전체의 종방을 의미) 시즌1 부터 재미있게 봐왔던 드라마라, 이번 7시즌이 마지막이란걸 알게 된 후로 한 회 한 회 볼때마다 얼마나 애틋했는지 모른다. 다가오는 종방이 안타까운 마음에, 아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얼른 뒷 내용을 보고싶은 궁금함이 훨씬 컸으므로 ㅋㅋ 아껴보고 싶다는 마음은 마음으로만 간직했다.

사실 22화가 시리즈피날레라는 걸 염두에 두고 보았지만, 21화까지도 스토리가 어떻게 끝맺음을 지어질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식상하다 욕하면서도 권선징악의 해피엔딩에 길들여졌던 나였기에 결말을 접한 직후에 잠시 허탈감에 휩싸였다. 늘 그랬듯 곧바로 기획의도 기사와 다른 팬들의 분석 글을 찾아보았다.

피터의 뺨을 때리는 알리샤로 시작해서 다이앤에게 뺨을 맞는 알리샤로 끝나는 수미쌍관적 구성으로 피해자가 또 누군가에겐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나타냈다는 게 기획의도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설득당했다ㅋㅋ) 세상에 정말 good이 대체 뭔가. 좋은, 착한 아내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를 던졌던 게 이 드라마다. 때로는 남의 눈에 좋은 것이 개인에게는 나쁠 수도 있고, 개인에게 행복한 것이 사회의 시선에선 불행과 탈선일 수도 있다. 사회가 부여한 수많은 시선과 규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스스로의 행복을 온전하게 누리지 못하는 상황은 누구나 살면서 고민하는 포인트다. 그래서 많은 시청자들(주로 여자들이겠지ㅋㅋ)에게 공감을 샀을테다.

어쨌든 대략적인 분위기를 보았을 때 결말이 많은 팬들의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어쩌면 결말의 내용보다 종방이라는 것 자체에 화가 난 것이 아닐까 ㅋㅋ

종방연이 가까워올수록 관련 기사나 팬들의 글이 많아졌다. (원래부터도 많았지만 내가 종방에 대한 짠한 마음에 찾아보기 시작해서 내 눈에 많이 띈 것 같기도) 매 회 시청을 마치는 즉시 함께 덕질(ㅋㅋ)하는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이번 회 봤니, 아직 안봤니, 얼른 봐, 보고 얘기하자, 봤니, 정말 이렇지 않니, 수다를 곧잘 떨었다. 굿와이프는 드라마 자체도 그렇지만 친구들이랑 함께 매번 나눔을 즐겼던 것도 함께 묶어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웬만한 것에 덕심이 없지만, 종방기념으로 애틋함과 감동이 남아있을 때 팬이트로 최애캐 5명의 캐릭터를 그려보았다. 내맘대로 그릴 수 있는 풍경 그림과는 달라서, 인물 그림은 참 어렵다 ㅠ ㅠ (그래서 보통은 잘 그리지 않는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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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Florrick @The Good Wife

알리샤 플로릭. 굿와이프의 주인공이다. 시즌을 거듭하며 피해자에거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여러가지 사회적 자아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으 보여주며 변모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때론 참 밉기도 하지만, 주인공은 주인공이다. 남편인 일리노이 주지사 피터 플로릭의 ‘주변인’으로 시작했지만 시즌을 거듭할수록 피터가 알리샤의 ‘주변인’이 되고 후광효과의 방향이 바뀐다. 행복 찾아 고뇌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고맙다.

(사실 그 감사의 큰 부분은 연출자인 리들리스콧에게 돌리고 싶다. 그러고보니 시즌4쯤에 굿와이프 자막으로 토니스콧의 부고를 접했었다. 이제는 매 회 엔딩에 뜨는 Executive Producer “Ridley Scott” 자막이 익숙하지만, 초반부엔 늘 두 형제의 이름이 함께였다.)

 

Diane Lockhart @The Good Wife

다이앤 록하트. ‘록하트&가드너’였다가, ‘록하트,가드너&캐닝’, ‘록하트플로릭아고스’, 등등등 참 이름도 많이 바뀐(기명파트너(name partner) 자리를 두고 한창 엎치락 뒤치락했던 시즌이 있었는데 회마다 참 스릴이 넘쳤었다) 로펌의 대표변호사. 잠시 판사였나 대법관이었나로 이직기회가 있을 뻔 했지만(하, 이런 피터 플로릭!) 계속 로펌의 중심에 있었던 입지전적 인물. 정치색이 다른(!!) 남편 커트 맥베이와 로맨스도 너무너무 좋았다. (막판에 좀 아쉽지만 ㅠ ㅠ )

외국배우/가수의 이름이나 얼굴 외우는 데 참 재주가 없는 편인데, 크리스틴 바란스키는 영화 ‘맘마미아’에서부터 나에게 약간 걸크러쉬를 일으킨 배우다. 드라마를 볼때도 다이앤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넋놓고 본 적이 많았다.

 

Elsbeth Tascioni @The Good Wife

엘스베스 타시오니! 굿와이프 팬이라면 누구나 반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비타민+사이다+엉뚱매력 타시오니. 전혀 변론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풀며 의뢰인들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눈동자를 깜찍하게 몇번 굴리고는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답을 찾아낸다. 중간에 잠깐 나온 불같은 급로맨스 에피소드, 진짜 스타일 비슷한 전남편과의 에피소드 등 타시오니가 나온 모든 에피소드는 유쾌한 기억으로 남는다. (애정하는 마음과 다르게 제일 망작이다. 미안해요 타시오니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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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 Gold @The Good Wife

피터 플로릭의 참모 일라이 골드. Oh, come on~~!!!! 은 내가 꼽는 일라이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친구들 앞에서 따라했는데 친구들이 엄청 웃어줬다. 흠, 지금 생각해보니 비웃은거였나? – _-?) 두뇌회전이 빠른 지략가. 그러고보니 일라이에게도 로맨스가 몇 번! 있었지. 알리샤가 들었다면 많은 것이 바뀌었을, 윌의 음성 메세지를 지워버린 장본인이다. 정치를 위해선 뭐든지 다할 것 같은 냉혈한 느낌이었는데,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마음아파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일라이도 변한 것은 알리샤의 영향인가 싶었다.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

 

Marissa Gold, A.K.A. Body Woman @The Good Wife

마리사 골드. 일라이 골드의 딸이며, 알리샤 선거출마 당시 “BODY WOMAN”으로 활약했다. 알리샤에게 늘 우유를 권하던 그 깜찍한 모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피는 못속인다고, 아빠를 닮아 눈치가 백단이며 상황파악이 빠르다. 똑소리나는 재간둥이. 부녀가 모두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사실 이외에도 캐리, 칼린다, 루카 등 완소 캐릭터가 많은데. 다섯쯤 그리고 나니 덕력이 소진된데다 계속 그리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그리고 이번에 새삼 깨달은게, 나는 인물을 그릴 때 왼쪽을 바라보는 그림만 편하다. 반대방향으로 그리다가 망한 타시오니^^) 미운 캐릭터들도 그리면 재밌을 것 같다. 근데 미운 캐릭터라고 떠올려보다가 정작 몇명 생각이 나지 않는데, 루이스 캐닝, 데이비드 리, 콜린 스위니 이런 색깔 짙은 캐릭터들도 알고보면 인간적이고 그래서 진짜 미운 캐릭터는 없는 것 같다. good/bad 이분법에서 벗어나자구 ㅋㅋ 아, 정말 싫었던 캐릭터는 맨날 애 팔아서 변론하던 여자 변호사 정도?

그러고보니 첫 시즌이 2009년 시작이었단다. 와우! 7년간 덕분에 행복했어요 굿와이프!

마지막으로 시청 중에 너무 마음에 남아서 기록해뒀던 대사. (A 알리샤, R 루쓰)

A : I used to think that I knew what life is about, but I don’t have a clue.

R : Cherish that moment, when you realize you don’t know what life is about. That’s truth.

A : You think you could ever be happy if you would’ve taken a left instead of a right or when up instead of down? You would have been happy?

R : No.

A : Really?

R : You can’t control the fate. It’s in your genes. You can’t change that.

A : So whatever I do, whatever I did, I’ll end up right back here?

R : Well, maybe not here, but some place like here. The end of every fork there is a cliff. Go ahead, take the road less traveled, you still find a cliff.

The Good Wife season7 episode11

 

프라하 까를교의 첼리스트 듀오 Cellists Duo on Charles Bridge, Pra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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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8.6. 첼리스트 듀오 @체코 프라하, 블타바 강 까를교

(Cellist Duo on Charles Bridge, Praha, Czech Republic)

재료 : 스케치북, 플러스펜, 아이라이너

 

어디가 제일 좋았어요?

독일에서의 반년 생활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엔 나라마다 도시마다 볼거가 참 많다. 나의 표준답변은 이랬다.

가장 예뻤던건 베네치아, 재밌었던건 이스탄불인데,  제일 신비로웠던 건 프라하요!

프라하에 도착했을 땐 혼자 여행중이었다. 프라하에서 만나기로 했던 친구와 연락이 되질 않는데다, 그 직전 여행지 빈에서 예정에 없던 하루를 더 묵었던 탔에, 하루치만 날렸겠거니 싶었던 프라하 호스텔 예약 전체가 취소되어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주말에 성수기였던 때라 호스텔은 빈 자리가 없었다. 여행 중 마주하는 예상치 못한 일들에 웬만큼은 면역이 있었지만, 그날은 피로에 열감까지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고성느낌이 나는 (그래서 꽤 비쌌던) 호텔 방에 투숙하기로 결정했다. 더 이상 고생하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잠시 누워 좀 쉬자 하고 침대에 쓰러졌지만, 막상 쉬려니 아쉬워서 이내 길을 나섰다 . 꼭 뭔가에 홀린 것처럼.

온 거리에 밤안개가 낀 것 같았다. 가로등 불빛이 안개 위로 번졌다. 고풍스런 벽돌들로 꾸며진 골목길을 무작정 걸었다. 혼자 여행중에는 곧잘 외로움이란 녀석이 찾아오곤한다. 하지만 프라하에서는 왠지 외롭지 않았다. 친구와 가까스로 연락이 닿아 다음날이면 만나기로 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프라하의 밤에 취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름날 프라하 밤공기의 유혹을 누가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몽글몽글한 밤공기를 즈려밟으며 나는 그날 분명히, 공중을 부유하는 유령이 된 것 같았다. 언젠가 보았던 샤갈의 그림 속 하늘을 나는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후검색 : 샤갈의 ‘도시 위에서’)멍멍하게 울리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가로등 불빛들의 안내를 따라 당도한 곳이 찰스브릿지였다.

다리위에서는 화가들이 이젤을 펼치고 자신들이 담아낸 프라하의 면면들을 펼쳐놓고 있었다. 그림구경을 하면서 다리의 구획마다 서있는 성인(聖人)조각상들과 차례로 인사도 나누었다. 그러다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것이 바로 이 첼리스트 듀오였다. 낮게 깔리는 첼로 선율은 그날 밤 프라하의 배경음악으로 제격이었다. 이들에게 음악을 청하는 인파가 제법 되었었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나는 그 길바닥에 주저앉아 스케치북을 꺼냈다. 솔직히 한국말로 수근거리는 시선이 뒤에서 느껴졌지만, 그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으므로 쉽게 흘려버릴 수 있었다.

까를교 한가운데 돌바닥에 앉아 첼리스트 듀오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나. 그 상황만이 중요했다.

한참 뒤에 생각해보니, 내 기억 속에 프라하가 이다지도 몽환적으로 신비롭게 남아있는 것은, 실제로 그 곳이 그러한 아우라를 풍기는 곳이기도 하지만 내가 좀 아팠던 탓도 있지 않나 싶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