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 사내동호회 창설을 기획하다.

2017년 새해를 맞아 기획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스케블링 사내동호회! 아직 정식 이름은 미정이고, 정족수를 향한 물밑작업을 시작했으며, 회장님 섭외는 완료했다. 시작했으니 반은 성공했다. 하하하

동호회 승인은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운영 방안을 알차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허다! 

실제로 지난 주부터 친구를 대상으로 실험(!!)해가며 컨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클래스 비슷한 그 무언가를 열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을 때부터, 내 스케블들을 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놀랍게도 ‘우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나도 그리고 싶다.’

인류가 짱돌 하나로 먹고살았던 시절부터 그림은 존재했다. 왜일까? 학부때 비쥬얼 아트 교양 수업 첫강에서 교수님이 던졌던 질문인데, 나는 망설임 없이 ‘그냥. 그리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 강도와 빈도가 저마다 다를 뿐. 교과서 귀퉁이의 낙서는 지겨운 수업시간의 유일한 해방구가 아니었던가! (그림욕구, 결국 표현욕에 대하여는 다른 꼭지로..)

“어렵다”

“흰 도화지가 두렵다”

실제로 이렇게들 많이 말했다. 어렵고 무서운 이유. 본인이 손수 그린 그림이 미운 이유. 바로 그 누구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잘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잘한다”는건, 기준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림은 대상과 절대 같을 수가 없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그 사진이 주제물 자체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얼마나 모일진 모르겠으나) 우리 소중한 회원님들께 감히 말해드리고 싶다. 정답은 없다고. 

 

어차피 동호회는 연필깎고 선긋기로 팔근육 키우기 운동을 시켜주는 미술학원이 아니고, 학원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냥 사람들이 한 번 시도나 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자는 소박한 목표로 기획중이다.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오른다. 

그림 그리기가 마냥 좋기만 했던 내게,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안겨주었던 첫 기억을 더듬어 본다. 석고소묘는, 너무 지루했다. 끝끝내 넘어내지 못한 벽이었던 석고상들. 이제는 그 벽을 넘지 못했던 게 참 다행으로 느껴진다. 

(솔직히 아직도 부를 때마다 좀 오그라드는 내 취미) 스케블은, 내멋대로 그려도 되니까 자유롭고 즐겁다. 

그래서 그려봤다. 부끄부끄 대각면 아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따 아재요, 술 한사발 했능교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부끄 대각면 – 아이폰 메모 앱을 활용한 1분짜리 손가락 그림 

스케블링, 어떻게 그릴까 (2) “선”으로 그리기

여행 중 그리는 그림의 종류별 빈도를 대략 산해보면,  주로 풍경화 >>>> 가끔 인물화 >> 그보다 더 가끔 감상화 정도로 정리가 된다.

부담갖지 말고 즐겁게 그리세요~ 라고 ‘잘’ 그릴 필요 없음! 글에다 썼지만 어떻게?가 문제다.

인상깊은 외곽선만 따내도 훌륭한 스케블링이 된다.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위에서 그린 그림이다.

20110817_turkey_istanbul

이스탄불처럼 도시의 실루엣이 선 하나(보단 많지만..^^)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여러 개의 선이 필요하다.

 

독일은 여행을 다녔던 나라 중 ‘직선’의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베를린의 중앙역(Hauptbahnhof) 을 담아낸 그림이다.

20110524_Berlin_Hauptbahnhof

사실 살펴보면 그렇게 직선만으로 그린 건 아닌데, 그 공간은 어째 ‘직선이 지배하는 공간’의 느낌이었다.

이 그림 또한 역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긴 건 아니다. 지붕,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플랫폼.. 역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인상 깊은 부분들만 떼어서 마음대로 스케치북에 옮겨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옮긴 것보다 더 ‘베를린 중앙역’ 스럽다.

 

결국 모든 그림은 선들의 집합인 셈인데, 복잡한 풍경이나 사물을 평면에 담아내려면 형태의 단순화가 필요하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린 습작. 지하철 안의 자전거 픽토그램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던 습작이다. 뺄 건 과감하게 빼버리고 큰 줄기를 이루는 형태만 담아내도 전달은 잘 된다.

20110425_Sbahn_bike

 

스케블링, 어떻게 그릴까 (1) ‘잘’ 그릴 필요 없음! :)

블로그 컨텐츠 목차를 생각해봤다. 스케블링의 정의, 재료, 그리기 노하우 등으로 추려졌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그런 팁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스타일이 이렇다는 걸 정리 하는 게 목적이지 이렇게 해야 해요!가 아니므로 만인이 있다면 스케블링 스타일도 만개가 될테니까 🙂

어렸을 적 학원을 다니며 미술학도 이외의 진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재밌게 그렸고, 그러다보니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던 그 시절을 보내던 내가, 처음으로 벽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바로 석고소묘!

‘대각면’ 이라고 하는 요것이 첫 관문이었다. (요까지는 그래도 할만 했는데 ㅠ ㅠ)

324_shop1_111891

그러나 줄줄이 대기중인 다른 석고상들이 있었으니.. 아그리파, 비너스, 줄리앙, 세네카 등등!!!

미술학도로서의 도장깨기 첫  문턱을 넘기도 전에 든 의문.

‘왜 석고상을 종이에 똑같이 옮겨 그려야하지?’

( 사실 지금 생각하면 석고소묘의 관문이 너무 버거웠던, 소위 말하는 ‘입시미술’ 때문에 그림의 즐거움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중2병 중학생의 핑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 관문을 넘고 계속 미술을 했다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었겠지?)

몇 년을 즐겁게 다녔던 미술학원에 눈물의 작별(선생님께 학원 그만 다닌다고 말씀드린 날, 머리 크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을 고하면서, 그래도 평생 연필 놓지는 말자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동안 (핑계 again! ㅋㅋ) 그림을 많이 그리진 않았다. 학교 (국영수 과목보다 성적 욕심 냈던ㅋㅋ)미술시간, 낙서, 가끔 친구들 선물정도? (그래도 아예 놓지는 않았었네)

대학 진학 후 어떤 형태로든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는 마음과, 더 넓은 세상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만나서 ‘스케블링’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도 학원 동료들 중 계속 미술학도의 길을 걸은 친구들 소식이 간간이 들리면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스케블링을 시작하면서, 결과적으론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던 게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정신승리 및 합리화로 이겨내야 하는 것 아니겠음? ㅋㅋ)

석고상 앞에 커다란 이젤을 펼쳐놓고 앉아서 하얀 도화지를 보면서 생각했던 건 ‘잘 그려야 한다’는 하는 부담감과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스케블링은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스케블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에이 뭐, 전공한 것도 아닌데. 좀 못그리면 어때. 내맘대로 그리면 되지’

내 여행의 기록을 담아내는 작업은, 이제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활동이 되었다. 일상에 지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스케치북을 뒤적이면 그림을 그렸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종이에 그대로 담아낼 필요가 전혀 없다고.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된다. 잘 못그리면 좀 어떤가. 내 여행인데. 실제와 똑같지 않으면 어떻고, 대~강 그리면 어때서. 적어도 내가 그림을 그리는 그 동안만큼은, 손바닥만한 그  스케치북이 내가 보는 세상 전부라고, 그러니 내가 그리기만 하면 잘 담아낸 그림이라고 🙂

 

paris

2011. 8. 11 @파리 세느강 – 야경, 바또무슈

 

 

 

 

 

 

 

스케블링이란?

ⓥ Skevel = Sketch + Travel

스케블링 : (1)여행 중 (2)인상을 (3)빠르게 (4)기록하는 취미

햇수로 7년째. 취미로 그려온 여행의 기록들이 이제는 꽤나 양이 된다. 어떻게 정리를 할까 생각하던 중 만들어낸 단어다. 구글링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라니 더 맘에 들었다.(Skevel이란 성(姓)이 있긴 해보인다.) 여행스케치, 여행드로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취미생활을 다년간 가꿔오다 보니 나만의 정착된 방식이란 게 나름 생겼고, 그걸 나름대로 정의하고 싶었다.

  • 여행
    • 내 스케블링의 시작은 2009년 여름이다.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혼자서 떠나보았던 그때, 그 생경한 느낌을 담고싶어서 자연스럽게 스케블링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 꼭 여행을 떠나야만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삶은 여행이니까, 일상에서도 더 많은 그림이 나올 수 있기를.
  • 빠르게
    • 그 기분이 날아가기 전에 그린다는 의미.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2-3분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다.
    • 보통은 15분 내외로 마무리짓는다. 여행일정도 고려해야하고, 혹시 일행이 있다면 양해를 구해야하는 점도 있다. (그래서 홀로 여행 중 그리는 작품량이 많은 건 당연지사)
    • 물론 초기에 빨리 담아내기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느라 한 자리에 3-40분 진득하게 앉아서 그렸던 그림들도 있다.
    • 몇 분 안에 끝내야지, 하는 시간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분명한 건 스케블링 또한 여행의 일부이므로 여행의 즐거움이지, 압박이나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 인상
    • 모든 여행지에서 그림이 뚝딱하고 나오지는 않는다. 인상깊은 장면을 만났을 때, 인상깊은 경험을 했을 때 주로 그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럼 그 때 그리면 된다.
    • 가급적 모든 여행에서 한 장쯤은 남기고 싶으나, 여러 장이 나오는 여행도 있고, 하나도 남지않는 여행도 있다. 물론 그리고 싶은 순간이 많은 여행을 선호하고, 삶의 많은 부분을 그런 여행으로 채우고 싶다.
  • 기록
    • 결국 스케블링의 본질은 바로, 기록이다. 그 찰나, 인상의 기록. 당연히 그 결과물은 내가 실제로 본 풍광보다 유치하게 표현되곤 한다만. 작디 작은 스케치북에 내가 받은 인상을 담아내고자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상을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 소재들을 모아서 재구성하는 행위 모두 겪은 바 느낀 바를 잘 ‘기록’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