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도시, 아바나 – 쿠바(3)

쿠바에도 인터넷을 사용할 방법은 있다. 주요 호텔 로비에서 시간당 얼마를 주면 연결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또 현지 통신사를 통해서 어떻게 하면 방법이야 있겠지.

하지만 이왕 시간이 멈춘 곳에 간 김에, 세상과의 연결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그것은 사실 쿠바여행에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였다. 생각보다 불편하지도, 외롭지도 않았다. 평소엔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지내보니, 평소의 상태가 ‘과연결’상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골목길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참 예뻤다.
하늘은 골목길 사이로
여행자에게 필요한 건 날씨운.
난간에 걸린 빨래처럼 그저 늘어져도 좋을 날씨

여행 시작 즈음, 비행기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비장의 카드, 영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보았다. 왠지모를 구슬픈 느낌이 묻어나는 흥겨운 음악이 좋았다. 그리고 곧 직접 마주하게 될 기대감에, 영화 속 말레꼰 방파제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의 모습에 애정이 갔다. 그리고 아바나를 직접 마주했을 때, 순간 벅차올랐다.

식당에서 종업원 아저씨가 연주를 해줬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노래도 연주해주셨다.
식당에서 종업원 아저씨의 연주를 들으며(Chan Chan도 연주해주셨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여행 중 방문한 도시에서 한 번 이상은 들었다.)은 Chan Chan이다. 블로그 글을 쓰느라 오랜만에 찾아 들었다. 여행 첫 날 아바나에서 느낀 그 생경한 느낌을 다시 불러일으켜주었다. 아~ 쿠바의 향기!

'올드'라고 칭하기 어색할 정도로 쨍한 빛깔의 올드카가 많았다.
‘올드’라고 칭하기 어색할 정도로 쨍한 빛깔의 올드카

쿠바는 아이러니한 구석이 많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러니 또한 외부인들이 먼저 가지고 있는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우리가 올드하다고 말하는 것, 시간이 멈추었다고 말하는 것이 따지고보면 철저하게 외부인의 시각에서 붙인 말이 아니던가. 어쩌면 쿠바는 늘 새롭게, 살아숨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샌프란시스코데 아시스 광장에서 열렸던 United Buddy Bears 전시
마침 샌프란시스코데 아시스 광장에서 열렸던 United Buddy Bears 2015전시

마침 발길이 닿았던 샌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광장에서 아주 익숙한 느낌의 곰돌이들을 발견했다. 역시나. 내가 교환학생으로 반 년을 보낸 독일 베를린의 흔적이다. 베를린의 상징(?)이 곰이다. 이 곰들의 고향이 베를린이라고 적혀있었다. 독일에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아닌가 한다. 각 나라 출신의 예술가가 직접 자국의 곰돌이 작업을 했고, 이 곰돌이들은 전 세계를 돌며 수십회의 전시를 해왔다고. “손에 손잡고” 있는 곰돌이들은 우리가 평화적으로,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쿠바에서는, 북한 곰과 남한 곰이 나란히 정겹게 서있었다.
쿠바에서는, 북한 곰과 남한 곰이 나란히 정겹게

쿠바에서, 게다가 북한곰 남한곰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한때 쿠바가 상징했던 것들과, 지금 쿠바가 새로이 상징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면 더더욱 그렇다. 정작 비행으로 30여시간 떨어져있는 내 고국에서는 생각해볼 여유도 없었던 광경아닌가. 언제쯤 이 곰들처럼 될 수 있을까. 

해가 지고 있는 말레꼰.
가로등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구름, 바다, 건물.. 말레꼰의 모든 요소들이 서서히 그림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구름, 바다, 건물.. 말레꼰의 모든 요소들이 서서히 그림자에게 자리를 내주는 사이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Chan Chan이 흐르는 말레꼰.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Chan Chan이 흐르는 말레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