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Go – 미국 뉴욕

세상은 늘 변화중이다. 세상 어딘가에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등장하고 있고, 받아들이는 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사람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나 이런 변화들은 기술이라는 것과 함께 결합되어 나타난다.

나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나의 취향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최신형 전자기기를 잘다루거나 좋아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미국 여행 중 애플스토어에서 아이폰7을 직접 만져볼 기회가 있었지만, 솔직히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아마존의 첫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해본다든지, 평소에 한국에서 못써보는 이런저런 서비스들을 체험해보는 것이 더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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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가 애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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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7

결국 내 관심은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 새로운 서비스들은 어떻게 사람들이 생활하는 방식을 개선해나가는가 하는 포인트에 있다. 그래서 여행중일 때에 조금은 남다른 포인트들을 최대한 관찰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시애틀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농담삼아 내게 한 말이 내심 좋았던 이유다. 

니가 나보다 어떤 측면에선 더 geek한 것 같다 ㅋㅋ

여튼 그래서 내가 여행 전부터 작성했던 미국에서 하고싶은 것들 리스트에 거의 첫번째로 올랐던 게 바로 ‘포켓몬고 플레이하기’ 였다. 포켓몬고의 발표로 한창 세계가 들썩였을 때부터 미국에 가면 해봐야지 하고 생각해두었었다. (그 어느 재미나다는 게임을 쥐어줘도 한두 판이면 질려하는 나이기에, 속초까지 찾아갈 부지런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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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시도 끝에 잡은 포켓몬

실제 환경 위에 포켓몬이 보이고, 그를 겨냥해서 포켓볼을 던지면 잡히는 아주 쉬운 방식으로 이루어져있다. 하지만 나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공중에 떠있는 녀석 한마리를 잡는데 포켓볼 한 15개는 던진 것 같다. ^^ 게임도 잘 해야 재미를 붙일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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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

초등학교 때 포켓몬 스티커 띠부띠부실이 대유행한 적이 있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용돈을 모조리 샤니빵에다 쏟아부어 151 장에 달하는 스티커를 거의 모두 모으는 위업을 달성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돈을 모아서 샤니 주식을 샀으면 어땠을까) 안간힘을 써서 빵봉지를 뒤집어보고 내가 모으지 못한 스티커가 들어있으면 그 빵을 사서, 빵은 홀랑 버리고 스티커만 취했던 모온~땐(못된) 어린이짓(?)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곤 했었다. 현명하시기 그지없는 우리 어머니께서 ‘콜렉션 한번에 내다버리기’를 시전하신 충격과 상실감으로, 한 순간에 그 중독에서 탈출 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엔 억장이 무너지도록 원망하였으나,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까지도 포켓몬스터 덕후로 살며 가산을 탕진하지 않았으려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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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포켓몬 이름들을 보고 참 기발하다 생각했는데, 영어이름들도 짓는데 깨나 머리를 쓰지 않았을까.
포켓몬고 플레이 화면
레벨이 낮아서 gym같은 데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사실 그러기도 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하루종일 뮤지엄 투어를 한 날, 다리가 너무 아파 석양을 보며 휴식을 취할 겸 강변의 조그만 놀이터를 찾았다. 문득 생각이 나서 포켓몬고를 플레이했었더랬다. 그 자리에서만 세마리가 등장했는데 결국 박쥐 포켓몬(어릴때 1세대 포켓몬 전부 이름 번호 특징까지 다 외웠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어머니 감사합니다..?)은 도저히 잡히지가 않아서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포켓몬고를 다시 켜지 않았다고 한다. (ㅋㅋ) 그도 그럴것이, 안그래도 여행중에 지도 앱을 늘 켜고 다니느라 배터리 1%가 아까운 상황인데, 포켓몬고의 배터리 소진 속도는 정말 어마무시했다. 

나의 유일한 포켓몬고 놀이터였던 pier51 playground 에서 감상한 석양

 지난 초여름 포켓몬고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포켓몬고 이야기꽃(분명히 한국형 포켓몬고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을 피웠더랬다. 그리고 증강현실, 가상현실이 핫이슈로 덩달아 떠올랐고 관련 기업들의 주식도 치솟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포켓몬고의 성공은 증강현실 기술보다는 컨텐츠 파워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 인상깊게 읽었던 기사 일부를 인용하며 이번 포스팅을 마친다 🙂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세계적 성공 이면에는 1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요괴학’ 지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요괴학이 학문으로 인정받아 꾸준한 연구가 이뤄져 왔고 현재도 세계요괴협회, 와세다대 요괴연구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포켓몬 캐릭터들은 이 기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포켓몬의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동양고전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한 요물·괴수들과 많이 닮아 있다. ‘나인테일’은 구미호, ‘윈디’는 인면효, ‘쥬레곤’은 여비어와 유사한 외모를 띠고 있다. 포켓몬은 어느날 회의에서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 오랜 전설과 100년 이상 쌓아온 학문적 토대 위에 현대 스토리 산업이 접목된 성과물인 셈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1800년대부터 인문학에 투자해 소위 ‘오타쿠’로 불리는 인재들을 길러냈고, 이들이 자국 문화의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출처] 포켓몬 신화뒤엔 일본의 100년 요괴학, 2016. 7.28, 조선닷컴

덧. 물론 이런 킬러컨텐츠를 앞세운 게임이 성공했다고 해도, 그 위용이 계속 지속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일부 뉴요커에 따르면, 첫 등장 1~2주동안 ‘Hot’하다가 그 열기가 이내 사그라들었다고 한다. 나도 미국에 오면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포켓몬을 잡으러다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사실 내가 플레이하는 게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런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