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레일을 타고~ Perurail

해를 넘기기 전에 색칠하고 완성한 페루레일 그림!

마추픽추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골짜기를 지나야 했는데, 높은 산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도록 천장까지 나있던 창문이 페루레일의 특색이라 할 수 있겠다. 페루 아저씨들이 친절한 미소로 서빙해준 커피와 당근케잌, (처음엔 매우 놀랐지만 페루에서는 흔하디 흔한) 보라색 자이언트 옥수수밭이 기억에 남는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 1박 2일 강화도 특집 (2012년)

친구에게 일상의 기록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일 수 있는지를, 나의 손때묻은 스케치북들을 교재삼아 직접 보여주던 중이었다.

맞아, 너 엄청 다양하게 그렸었잖아. 근데 요즘은 주로 풍경을 많이 그리더라?

그러고보니 ‘스케블링’이라고 이름 붙인 후로,  여행지의 풍경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함은 깊어지나 오히려 틀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오랜 벗의 그 한 마디가 참 고마웠다.

벗과 함께한 1박 2일의 강화도 여행을, 라이브로 그때 그때 스케치북을 채워가며 완성했던 그림이다. 딱 5년 전의 여행이었다. 

절친과 함께한 1박2일 강화도여행 (2012)

내가 여기 저기를 쏘다니며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건, 큰 계기가 있었서라기보단 마음이 동해서 행동이 따라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있자니, 기억력이 그닥 좋지 못할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가 발휘한 선견지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KTX산천을 처음 탄 소감, 강화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던 경험, 충남서산집, 가는 길에 만난 아주머니, 밥도둑이라고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먹었던 음식들, 해품달 드라마를 보며 꺅꺅거렸던(심지어 무슨 장면이었는지도 기억남ㅋㅋ) 달밤, 버스 창밖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고인돌… 

그림 덕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여행을 떠나서야만 그림을 그리는 나의 요상한 심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답은 쉽게 나왔다. 일상을 구성하는 그 무수한 소중한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는 것과 여유가 있는 것은 다르다.) 늘 좋고,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게 여행인데, 그러다보니 일상의 가치를 너무 폄하하지는 않았었나 반성이 되기도 했다. 

지난 가을, 또 하나의 너무나도 즐거웠던 여행을 마치며 다짐했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자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도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릴 수 있는 여행자 특유의 여유를 일상에서도 발휘하며 살자고. 결심을 다짐해도 자꾸만 잊는 게 인간의 매력인지라, 늘 지키진 못하지만 얼추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Piano Recital – Mi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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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3 @더 무지카, Piano Recital

재료 : 스케치북, 샤프펜슬(구도 및 밑그림용, 펜 작업 후 지우개로 지움), 모나미 검정 플러스펜

소요시간 : 12분

 

김미희 피아니스트의 하우스 콘서트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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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kim

… 프라이브루크 국립음대 학사, 칼스루헤 국립음대 만점졸업…

.. 칼스루헤 최고 연주자 과정 재학중….

….독일 유수 장학단체에서 장학금 수여…

나는 음악에 대해 (특히 이 친구가 정진하고 있는 클래식 분야는 더욱더) 조예가 깊지 못하다. 하지만 잠시 살아봤던 독일이라는 나라는, 합리적 평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저런 결과를 쉬이 얻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은 안다.

단아하고 우아한 드레스 차림으로 입장해서 네곡 + 앵콜곡을 연주해준 멋진 피아니스트. 친구사이로 허물없이 지낼 때는 몰랐던 프로페셔널하고 진지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차분해지며 스케치북을 펼쳤다. 어떤 한 가지를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연마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연주회 시작 전 간략히 약력 소개를 들으며, 오늘에서야 이 연주자의 독일 유학 여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존경심이 들었다.

4년 전 독일에서 이 연주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중이었다. 따스한 햇살, 초록 봄날의 유혹이 강한 날이었는데도, 연습실에서 한참을 연습에 몰두하던 그때의 그 모습이 떠올랐다. 그 날도 그 모습이 멋져보여 읽던 책을 덮고 이 친구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피아니스트 김미희님의 허락을 얻고 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