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

3월 3일 ~ 5일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추위를 지독히 타는 나에게 3월 초의 제주도 여행은 가장 빨리 봄소식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애초에 짜두었던 계획에 변경이 생겼지만, 새로운 재미 요소를 덧붙여서 원래보다 더 재밌고 추억 가득한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또 한번 느꼈다. 일상에서도 여행자 특유의 열린 마음을 발휘하고 살자고. 


이틑날 아침 일찍 해변 산책을 나섰다. 모래사장에 첫 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캄캄했는데, 하늘이 서서히 어둠을 거두어 갔다. 수평선 위로 비양도의 자태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두 발 아래를 가득 채운 까만 점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살아 움직이는 고동들이었다. 생명력 넘치는 바다의 기운에 감탄하고 있던 찰나, 비양도의 모습에서 졸음 가득한 아기코끼리의 기지개가 보였다. 어린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오마쥬랄까 🙂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협재 해변 아침산책 🙂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미니멀라이프

중고나라를 통해 처음으로 물건을 팔아보았다. (애초에 그런 결심을 한 이유가 새 물건을 사서이긴 하지만^^;;) ‘꼭 필요한 만큼만의 소유’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꽤나 특정 분야에는 물건욕심이 있는 편이라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애초에도 없었다. (미니멀리즘 카페에 가보면 미니멀라이프랍시고 무인양품 스타일의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이가 더러 있는 걸로 봐서는, 나 정도면 이미 나름 잘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ㅋㅋㅋ) 
정들었던 아이들을 예쁘게 광내서 사진촬영을 해주기 위해 조명이 좋은 카페를 찾았다. 잘 팔리기 위해선 모름지기 자세하고 진실한 설명이 필요한 법이리라. 넓은 탁자 위에 나란히 줄을 세우고, 작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물건들을 그려보았다. 

이미 지난 주말의 일이라,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진즉에 팔렸다. 역시 인기제품은 중고시장에서도 인기가 많구나. 

역시 물건이든 사람이든 본연의 가치가 중요한 듯!

마음을 단단히

감정적으로 무뎌지거나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주는 말과 행동 뒤의 진의를 파악하는 지혜를 가지고,

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연륜과 여유를 쌓아가기를 🙂

사루와 구뚜, 꽃길만 걷기를 – 영화 라이언 감상화

[ 주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예고편을 접했을 때부터 너무나도 보고싶었던 영화 “라이언”. 호주로 입양된 인도인이 25년만에 ‘구글어스’ 덕에 가족을 찾게되었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출연진도 빵빵하다. 미드 ‘뉴스룸’에서 인상깊에 봤던 데브 파텔(Dev Patel), 영화 ‘캐롤’에서 케이트 블란쳇과 호흡을 맞췄던 루니 마라(Rooney Mara), 그리고 니콜 키드만(Nicole Kidman)까지. 

실화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해서 이미 영화로 엮기 충분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좋았던 점은 단순히 가족을 찾는 여정을 풀어내는 그 이상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입양된 후 호주에서 자라는 과정 중에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고뇌하는 것, 그로 인해 양부모님께 가지는 모종의 죄책감,  또다른 입양아인 형제에 대해 느끼는 입체적 감정, 자신을 잃었을 친가족이 겪었고 계속 겪고 있을 고통에 아파하는 것을 절절히 보여준 연출과 연기가 너무 좋았다. (눈물이 주룩주룩 ㅠ ㅠ) 주인공 주변인물들(양부모님, 여자친구, 형)의 시선도 탁월하게 묘사하며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선 주인공 사루는 2008년에 구글어스를 처음 알게 되고 집을 찾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요즘 읽고 있는 책”Thank You for Being Late”의 한 챕터 제목이 ‘What the Hell Happend in 2007?’인데,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IT 공룡 기업들이 2007년을 기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서술하고 있다.) 구글어스가 없었다면 사루가 가족을 찾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기술의 진보가 만들어낸 정말 기적같은 실화다. 

가까스로 당도한 어릴 적 고향에서 지역 주민들의 도움으로 가족과 만나는데 성공하는 사루. 주인공 사루의 형 구뚜 또한 자신의 실종 즈음 기차사고로 목숨을 잃었음을 알게 된다. (조사해보니 연출이 아니라 실화가 이렇다. ㅠ ㅠ) 너무나도 안타까운 대목이었다. 

형 구뚜와 거닐었던 기찻길에 서서 어린시절을 바라보는 사루의 시선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구뚜와 사루, 내 그림에서만은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감상화를 그렸다. 

간만에 정말 좋은 영화를 보았다.. 🙂

두 그림은 사실 스케치북에 길게 이어그려본 연작이다 🙂

여유로운 연휴의 끝자락, 친구와 함께한 스케블 클래스

설 연휴의 마지막 날, 카페에서 그림그리며 노닥노닥

여유가 넘쳤던 설 연휴의 끝자락. 

일요일에도 휴일이 하루나 더 남았다며 행복할 수 있었던 이번 설 연휴. 친구와 함께하는 스케블 클래스 와중에, 열심히 집중해 그림 그리는 친구 모습을 슥삭~ 담아보았다. (이 날 주제는 인체 구조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깨가 좀 너무 넓게 그려져서 친구에게 미안했다………. )

2016년 skevel book을 만들면서, 꼭 여행을 가서야만 그림을 그리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내 일상을 구성하는 무수한 소중한 것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줄 여유조차 없었던 걸까 하는 반성을 했다. 올해엔 일상의 아름다운 구석구석도 많이 담아야지. 

눈 내리는 겨울날, 전주 경기전 돌담길

20120104. 5AM 전주 경기전 돌담길. 전동성당 새벽미사 가는 길. 눈이 소복소복

펑펑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 송이 하얀 꽃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새하얗게 내리는 눈 덕에 어릴 적 즐겨 불렀던 동요가 생각났다. 5년 전, 1박 2일로 떠났던 전주여행길에서, 할매는 겁도없이 눈길을 헤치고 새벽길에 나섰었었나보다. 전동성당 새벽미사 가는 길이라고 써놓긴 했는데, 진짜 미사를 드렸었는지는 기억이 없… (그래도 새벽에 성당도 가고 그랬네 오올 ㅋㅋ) 

새하얀 옷을 입은 돌담길을 따라 걷다, 더 부지런한 그 누군가가 남겨둔 발자국이 인상 깊었다. 스케치북을 찬찬히 다시 보다보니, 가로등 밑에서 오들오들 떨며 그림을 그렸던 기억은 난다. 

모나미 똥볼펜으로 그린 듯 한데, 눈 흩날리는 효과가 얻어걸렸네. 

5년 후의 서울에서도 똑같은 추위를 느끼고 있다. 손끝이 너무 시리다. 

 

 

훈데르트바서 – The Green City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훈데르트바서 전시회(The Green City)를 다녀왔다. 이 할아버지에게서도 예술가 특유의 괴짜 아우라가 느껴졌다. <곰팡이 선언문>을 발표하고, 나무세입자, 창문권리의 개념을 주창했으며 와인병하우스를 직접 지어 산 인생이란. 

예술가, 창작자들이 너무나도 멋져 보이는 것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그 삶이 대단히 존경스러워서다. 대다수는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하는 바를 당당히 표현하고, 실천하는 삶. 그 삶이 멋지다. 

매서운 칼바람 때문에 여느 때보다 휑하긴 했지만, 광장을 메운 촛불들은 이 날도 멋지게 반짝였다. 훈데르트바서 못지 않게.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 1박 2일 강화도 특집 (2012년)

친구에게 일상의 기록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일 수 있는지를, 나의 손때묻은 스케치북들을 교재삼아 직접 보여주던 중이었다.

맞아, 너 엄청 다양하게 그렸었잖아. 근데 요즘은 주로 풍경을 많이 그리더라?

그러고보니 ‘스케블링’이라고 이름 붙인 후로,  여행지의 풍경에 더욱 집착(?)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함은 깊어지나 오히려 틀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오랜 벗의 그 한 마디가 참 고마웠다.

벗과 함께한 1박 2일의 강화도 여행을, 라이브로 그때 그때 스케치북을 채워가며 완성했던 그림이다. 딱 5년 전의 여행이었다. 

절친과 함께한 1박2일 강화도여행 (2012)

내가 여기 저기를 쏘다니며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건, 큰 계기가 있었서라기보단 마음이 동해서 행동이 따라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고있자니, 기억력이 그닥 좋지 못할 ‘미래의 나’를 위해 ‘과거의 나’가 발휘한 선견지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KTX산천을 처음 탄 소감, 강화로 가는 광역버스를 탔던 경험, 충남서산집, 가는 길에 만난 아주머니, 밥도둑이라고 연신 감탄을 내뱉으며 먹었던 음식들, 해품달 드라마를 보며 꺅꺅거렸던(심지어 무슨 장면이었는지도 기억남ㅋㅋ) 달밤, 버스 창밖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고인돌… 

그림 덕에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여행을 떠나서야만 그림을 그리는 나의 요상한 심리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답은 쉽게 나왔다. 일상을 구성하는 그 무수한 소중한 것들을 가만히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는 것과 여유가 있는 것은 다르다.) 늘 좋고, 가도 가도 또 가고 싶은 게 여행인데, 그러다보니 일상의 가치를 너무 폄하하지는 않았었나 반성이 되기도 했다. 

지난 가을, 또 하나의 너무나도 즐거웠던 여행을 마치며 다짐했다.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자고.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도 그러려니 하고 넘겨버릴 수 있는 여행자 특유의 여유를 일상에서도 발휘하며 살자고. 결심을 다짐해도 자꾸만 잊는 게 인간의 매력인지라, 늘 지키진 못하지만 얼추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2017년 새해, 사내동호회 창설을 기획하다.

2017년 새해를 맞아 기획중인 프로젝트가 있다. 바로 스케블링 사내동호회! 아직 정식 이름은 미정이고, 정족수를 향한 물밑작업을 시작했으며, 회장님 섭외는 완료했다. 시작했으니 반은 성공했다. 하하하

동호회 승인은 문제가 되지 않을 테니까, 운영 방안을 알차게 구성하는 것이 가장 중허다! 

실제로 지난 주부터 친구를 대상으로 실험(!!)해가며 컨텐츠를 구성하고 있다. 클래스 비슷한 그 무언가를 열어봐야지, 라고 생각했을 때부터, 내 스케블들을 지인들에게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놀랍게도 ‘우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반응은 ‘나도 그리고 싶다.’

인류가 짱돌 하나로 먹고살았던 시절부터 그림은 존재했다. 왜일까? 학부때 비쥬얼 아트 교양 수업 첫강에서 교수님이 던졌던 질문인데, 나는 망설임 없이 ‘그냥. 그리고 싶어서’ 라고 생각했다. 그냥 그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 강도와 빈도가 저마다 다를 뿐. 교과서 귀퉁이의 낙서는 지겨운 수업시간의 유일한 해방구가 아니었던가! (그림욕구, 결국 표현욕에 대하여는 다른 꼭지로..)

“어렵다”

“흰 도화지가 두렵다”

실제로 이렇게들 많이 말했다. 어렵고 무서운 이유. 본인이 손수 그린 그림이 미운 이유. 바로 그 누구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잘그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무언가를 “잘한다”는건, 기준이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그림은 대상과 절대 같을 수가 없다. 사진을 찍는다고 해도 그 사진이 주제물 자체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얼마나 모일진 모르겠으나) 우리 소중한 회원님들께 감히 말해드리고 싶다. 정답은 없다고. 

 

어차피 동호회는 연필깎고 선긋기로 팔근육 키우기 운동을 시켜주는 미술학원이 아니고, 학원이 되어서도 안된다. 그냥 사람들이 한 번 시도나 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자는 소박한 목표로 기획중이다. 

아이디어가 퐁퐁 솟아오른다. 

그림 그리기가 마냥 좋기만 했던 내게, 처음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안겨주었던 첫 기억을 더듬어 본다. 석고소묘는, 너무 지루했다. 끝끝내 넘어내지 못한 벽이었던 석고상들. 이제는 그 벽을 넘지 못했던 게 참 다행으로 느껴진다. 

(솔직히 아직도 부를 때마다 좀 오그라드는 내 취미) 스케블은, 내멋대로 그려도 되니까 자유롭고 즐겁다. 

그래서 그려봤다. 부끄부끄 대각면 아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따 아재요, 술 한사발 했능교 ㅋㅋㅋㅋㅋㅋㅋ

부끄부끄 대각면 – 아이폰 메모 앱을 활용한 1분짜리 손가락 그림 

Thank you, Judith! – 미국 뉴욕 클로이스터 뮤지엄

* 2016년 9월 뉴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분명히 검색해보았었다.
무슨 버스가 요금이 6불이 넘으면서 동전밖에 안 받니 ㅠ ㅠ 너무해!

미국 여행 중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클로이스터 뮤지엄으로 곧장 갈 수 있는 급행 버스에 오르자마자 찾아왔다. 기사아저씨는 동전만 받는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버스를 출발시켜버리셨다. (그러고보면 내리라고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ㅋㅋ) 내 손에는 한국에서 환전해온 티가 팍팍나는 빳빳한 새 지폐와, 급행 버스에서는 쓸 수 없는 일반 교통카드만이 민망하게 들려있을 뿐이었다.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내게, 뉴요커들은 친절을 베풀어주셨다. 자신들의 교통카드 자투리 금액 및 가지고 있는 동전이란 동전은 다 털어서 내 버스비를 만들어주신 것! 여행자로써 만난 정말 큰 행운이었다. (뉴요커들 이기적이고 *가지 없다구 누가 그랬어!! 아, 물론 나는 친절을 베풀어주신 분들께 내가 가지고 있던 1불짜리 지폐를 대신 드렸다.)

하지만 더 큰 행운은 바로 내 버스 옆자리의 Judith를 만난 것이었다. Judith는 미술사를 전공한 후 클로이스터 뮤지엄 근처 동네에서 금세공업자로 일하는 분이었다. 그녀는 친절이 넘치게도 뮤지엄으로 가는 길 입구까지 나와 동행해주었고, 뮤지엄의 설립 배경과 흥미진진한 뒷이야기까지 청해들을 수 있었다.  

나는 정말 행운아야 !! >0<

Judith와의 따뜻한 추억 한 컷.

그리고 Judith 덕에 헤메지 않고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었던 클로이스터 뮤지엄에서의 스케블링 🙂 뉴욕에서 꼭 하고싶었던 것 중 하나였기 때문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감사하다 🙂

중세풍 클로이스터 정원

(사실 이날 시간이 정말 촉박했으므로 현장에서는 대강의 구도와 스케치만 슥샥! 했고, 본격 펜 작업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완성했다. 타임킬링용으로 이만한 취미가 없단 걸 다시금 깨달았다.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밑그림을 많이 그려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