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블링, 어떻게 그릴까 (2) “선”으로 그리기

여행 중 그리는 그림의 종류별 빈도를 대략 산해보면,  주로 풍경화 >>>> 가끔 인물화 >> 그보다 더 가끔 감상화 정도로 정리가 된다.

부담갖지 말고 즐겁게 그리세요~ 라고 ‘잘’ 그릴 필요 없음! 글에다 썼지만 어떻게?가 문제다.

인상깊은 외곽선만 따내도 훌륭한 스케블링이 된다.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위에서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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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처럼 도시의 실루엣이 선 하나(보단 많지만..^^)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여러 개의 선이 필요하다.

 

독일은 여행을 다녔던 나라 중 ‘직선’의 느낌이 강한 곳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베를린의 중앙역(Hauptbahnhof) 을 담아낸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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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살펴보면 그렇게 직선만으로 그린 건 아닌데, 그 공간은 어째 ‘직선이 지배하는 공간’의 느낌이었다.

이 그림 또한 역 풍경을 있는 그대로 옮긴 건 아니다. 지붕,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플랫폼.. 역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인상 깊은 부분들만 떼어서 마음대로 스케치북에 옮겨보았다.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옮긴 것보다 더 ‘베를린 중앙역’ 스럽다.

 

결국 모든 그림은 선들의 집합인 셈인데, 복잡한 풍경이나 사물을 평면에 담아내려면 형태의 단순화가 필요하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그린 습작. 지하철 안의 자전거 픽토그램에서 영감을 받아 그렸던 습작이다. 뺄 건 과감하게 빼버리고 큰 줄기를 이루는 형태만 담아내도 전달은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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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중앙역 Berlin Hauptbahn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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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4 @독일 베를린 중앙역

(Berlin Hauptbahnhof, Germany)

재료 : 스케치북, 스테들러플러스펜

소요시간 : ~7분

 

독일 대도시의 규모가 좀 되는 기차역들은 느낌이 비슷했다. 독일철도청(DB, DeutschBahn)의 브랜딩 전략이겠거니 싶다. 개인적으로 이런 느낌의 기차역만큼 ‘현대의 독일스러운’ 공간이 또 있을까 한다.

포스팅을 위해 그림을 선정하다 궁금해져서 검색해보니, ‘Bombardier’는 독일어가 아니었다. 철도, 교통, 항공 분야 장비 회사 이름이라고 한다. 심지어 본사는 캐나다.

Willkommen in Berlin = 독어로 ‘웰컴 투 베를린’

이 그림 뒤에는 이런 메모를 남겨두었다.

어지럽다. 가만보면 세상 모든 철골을 한 데 모아놓은 듯 얽히고 설켜있는데다 쉴새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는 차가움을 더한다. 차갑고 딱딱함. 그리고 거기서 오는 정교함. 너무 다르다.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 +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이미지가 차가움 + 차가움이라 처음엔 따스함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베를린의 매력을 모를 때의 얘기 🙂

 

 

터키 이스탄불 Istanbul, Tur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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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7 @이스탄불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 유람선

(Bosphorus Boat Tour, Istanbul, Turkey)

재료 : 스케치북, 스테들러 플러스펜

소요시간 : ~2분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운행하는 유람선 위에서 그린 그림이다. 일몰 시간이었다. 빼곡히 들어선 사원, 건물들이 만드는 실루엣 너머로 해가 강렬한 작별인사를 하는 중이었다. 얼른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서 보이는 대로 휘리릭 실루엣을 따냈다.

사실 그림만 봐서는 이게 해가 뜨는 풍경인지, 해가 지는 풍경인지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그림을 보면 그 강렬했던 석양을 떠올릴 수 있다 🙂

실루엣을 딴 그림 중 가장 ‘인상’을 잘 캐치해낸 그림으로 꼽는다.

파리 세느강 River Seine,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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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11 @프랑스 파리 세느강 바또무슈 유람선 관광

(Bateaux-Mouches, River Seine, Paris, France)

재료 : 스케치북, “다써가는 아이라이너”

소요시간 : ~4분

프랑스 빠리에서의 일정. 근교를 돌아다니느라 정작 빠리에서의 시간은 만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바또무슈 유람선을 타고 세느 강가를 돌면서 빠리를 구경하는 중이었다.

가로등 불빛이 뿌옇게 퍼져서, 안개 낀 세느강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었다. 에펠탑 조명이 반짝반짝거렸다. 조명불빛인지 별빛인지 모를 빛깔이 온 파리를 수놓았다.

조금 굵은 선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화장품 파우치에서 꺼낸 펜형 아이라이너로 쓱싹쓱싹.

스케블링, 어떻게 그릴까 (1) ‘잘’ 그릴 필요 없음! :)

블로그 컨텐츠 목차를 생각해봤다. 스케블링의 정의, 재료, 그리기 노하우 등으로 추려졌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그런 팁이 아닌 것 같다! 나의 스타일이 이렇다는 걸 정리 하는 게 목적이지 이렇게 해야 해요!가 아니므로 만인이 있다면 스케블링 스타일도 만개가 될테니까 🙂

어렸을 적 학원을 다니며 미술학도 이외의 진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던 때가 있었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재밌게 그렸고, 그러다보니 잘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던 그 시절을 보내던 내가, 처음으로 벽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 바로 석고소묘!

‘대각면’ 이라고 하는 요것이 첫 관문이었다. (요까지는 그래도 할만 했는데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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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줄줄이 대기중인 다른 석고상들이 있었으니.. 아그리파, 비너스, 줄리앙, 세네카 등등!!!

미술학도로서의 도장깨기 첫  문턱을 넘기도 전에 든 의문.

‘왜 석고상을 종이에 똑같이 옮겨 그려야하지?’

( 사실 지금 생각하면 석고소묘의 관문이 너무 버거웠던, 소위 말하는 ‘입시미술’ 때문에 그림의 즐거움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려웠던, 중2병 중학생의 핑계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 관문을 넘고 계속 미술을 했다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었겠지?)

몇 년을 즐겁게 다녔던 미술학원에 눈물의 작별(선생님께 학원 그만 다닌다고 말씀드린 날, 머리 크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을 고하면서, 그래도 평생 연필 놓지는 말자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본분을 다하는 동안 (핑계 again! ㅋㅋ) 그림을 많이 그리진 않았다. 학교 (국영수 과목보다 성적 욕심 냈던ㅋㅋ)미술시간, 낙서, 가끔 친구들 선물정도? (그래도 아예 놓지는 않았었네)

대학 진학 후 어떤 형태로든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는 마음과, 더 넓은 세상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만나서 ‘스케블링’이 시작되었다. (그 와중에도 학원 동료들 중 계속 미술학도의 길을 걸은 친구들 소식이 간간이 들리면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스케블링을 시작하면서, 결과적으론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던 게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다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정신승리 및 합리화로 이겨내야 하는 것 아니겠음? ㅋㅋ)

석고상 앞에 커다란 이젤을 펼쳐놓고 앉아서 하얀 도화지를 보면서 생각했던 건 ‘잘 그려야 한다’는 하는 부담감과 ‘잘 그리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하지만 스케블링은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해주었다. (스케블링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에이 뭐, 전공한 것도 아닌데. 좀 못그리면 어때. 내맘대로 그리면 되지’

내 여행의 기록을 담아내는 작업은, 이제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는 활동이 되었다. 일상에 지치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 스케치북을 뒤적이면 그림을 그렸던 그 순간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종이에 그대로 담아낼 필요가 전혀 없다고.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된다. 잘 못그리면 좀 어떤가. 내 여행인데. 실제와 똑같지 않으면 어떻고, 대~강 그리면 어때서. 적어도 내가 그림을 그리는 그 동안만큼은, 손바닥만한 그  스케치북이 내가 보는 세상 전부라고, 그러니 내가 그리기만 하면 잘 담아낸 그림이라고 🙂

 

paris

2011. 8. 11 @파리 세느강 – 야경, 바또무슈

 

 

 

 

 

 

 

스케블링이란?

ⓥ Skevel = Sketch + Travel

스케블링 : (1)여행 중 (2)인상을 (3)빠르게 (4)기록하는 취미

햇수로 7년째. 취미로 그려온 여행의 기록들이 이제는 꽤나 양이 된다. 어떻게 정리를 할까 생각하던 중 만들어낸 단어다. 구글링해도 나오지 않는 단어라니 더 맘에 들었다.(Skevel이란 성(姓)이 있긴 해보인다.) 여행스케치, 여행드로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취미생활을 다년간 가꿔오다 보니 나만의 정착된 방식이란 게 나름 생겼고, 그걸 나름대로 정의하고 싶었다.

  • 여행
    • 내 스케블링의 시작은 2009년 여름이다. 처음으로 여행다운 여행을 혼자서 떠나보았던 그때, 그 생경한 느낌을 담고싶어서 자연스럽게 스케블링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다.
    • 꼭 여행을 떠나야만 그림을 그리게 되는 게 이상하기도 했다. 삶은 여행이니까, 일상에서도 더 많은 그림이 나올 수 있기를.
  • 빠르게
    • 그 기분이 날아가기 전에 그린다는 의미.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2-3분으로 끝내는 경우도 있다.
    • 보통은 15분 내외로 마무리짓는다. 여행일정도 고려해야하고, 혹시 일행이 있다면 양해를 구해야하는 점도 있다. (그래서 홀로 여행 중 그리는 작품량이 많은 건 당연지사)
    • 물론 초기에 빨리 담아내기보다 사실적으로 묘사하느라 한 자리에 3-40분 진득하게 앉아서 그렸던 그림들도 있다.
    • 몇 분 안에 끝내야지, 하는 시간 제한을 두지는 않는다. 분명한 건 스케블링 또한 여행의 일부이므로 여행의 즐거움이지, 압박이나 스트레스 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 인상
    • 모든 여행지에서 그림이 뚝딱하고 나오지는 않는다. 인상깊은 장면을 만났을 때, 인상깊은 경험을 했을 때 주로 그리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 그럼 그 때 그리면 된다.
    • 가급적 모든 여행에서 한 장쯤은 남기고 싶으나, 여러 장이 나오는 여행도 있고, 하나도 남지않는 여행도 있다. 물론 그리고 싶은 순간이 많은 여행을 선호하고, 삶의 많은 부분을 그런 여행으로 채우고 싶다.
  • 기록
    • 결국 스케블링의 본질은 바로, 기록이다. 그 찰나, 인상의 기록. 당연히 그 결과물은 내가 실제로 본 풍광보다 유치하게 표현되곤 한다만. 작디 작은 스케치북에 내가 받은 인상을 담아내고자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상을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 소재들을 모아서 재구성하는 행위 모두 겪은 바 느낀 바를 잘 ‘기록’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다.

 

 

Agony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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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6

재료 : 스케치북, 모나미 플러스펜

소요시간 : 1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 애환. agony of life. 반복.

 

어슬렁 작가님의 여행드로잉 꾸러미 도착! 주말에 찬찬히 다시 살펴봐야지.

여행과 그림으로 삶이 풍요로와 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Pianist Mi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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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23 @독일 프라이브룩 국립음대(Freiburg Musikhochschule)

재료 : 스케치북, 모나미 플러스펜

소요시간 : 20분

베를린 교환학생 시절, 프라이브룩에서 유학중인 초등학교 동창을 방문했었다. 그러고보니 5년 전의 일이다. 어제의 감명깊었던 콘서트 덕분에 다시 찾아본 그 날의 기억. 오르락 내리락하는 피아노 선율을 벗삼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그 날도 참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Piano Recital – Mihee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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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3 @더 무지카, Piano Recital

재료 : 스케치북, 샤프펜슬(구도 및 밑그림용, 펜 작업 후 지우개로 지움), 모나미 검정 플러스펜

소요시간 : 12분

 

김미희 피아니스트의 하우스 콘서트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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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kim

… 프라이브루크 국립음대 학사, 칼스루헤 국립음대 만점졸업…

.. 칼스루헤 최고 연주자 과정 재학중….

….독일 유수 장학단체에서 장학금 수여…

나는 음악에 대해 (특히 이 친구가 정진하고 있는 클래식 분야는 더욱더) 조예가 깊지 못하다. 하지만 잠시 살아봤던 독일이라는 나라는, 합리적 평가를 중시하기 때문에 실력이 없으면 저런 결과를 쉬이 얻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은 안다.

단아하고 우아한 드레스 차림으로 입장해서 네곡 + 앵콜곡을 연주해준 멋진 피아니스트. 친구사이로 허물없이 지낼 때는 몰랐던 프로페셔널하고 진지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차분해지며 스케치북을 펼쳤다. 어떤 한 가지를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연마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연주회 시작 전 간략히 약력 소개를 들으며, 오늘에서야 이 연주자의 독일 유학 여정에 대해 알게 되었다. 존경심이 들었다.

4년 전 독일에서 이 연주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중이었다. 따스한 햇살, 초록 봄날의 유혹이 강한 날이었는데도, 연습실에서 한참을 연습에 몰두하던 그때의 그 모습이 떠올랐다. 그 날도 그 모습이 멋져보여 읽던 책을 덮고 이 친구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담았던 기억이 난다.

피아니스트 김미희님의 허락을 얻고 수정 🙂

2016 Bulls 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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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4. 2 @서울 여의도공원 2016 Bulls Race

재료 : 스케치북, 모나미 검정 플러스펜, 모나미 빨강 FXZETA볼펜

소요시간 : 10분

 

2016년 새해에 세웠던 계획들 중, [5km 마라톤 “한숨에” 완주하기]가 있었다. 그리고 오늘 목표 달성 🙂

사실 생활체육인들에게 5km는 가벼운 애교 정도지만, 지난 2012년 핑크리본 마라톤 이후 생활마라톤 참석을 전혀 하지 않았던 나로써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달리기 연습은 별로 하지 못했지만 평소에 꾸준히 다닌 아침 수영이 큰 도움이 되었던 듯!

달리면서 들을 setlist를 미리 만들어뒀는데, 주로 신나는 음악이다보니 페이스 조절(누가 보면 하프 마라톤쯤 뛴 줄 알겠네 ^^ 호들갑 호들갑) 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섞어두니 힘든 순간에 ‘아 이 노래!’하면서 힘낼 수 있었다. 사실 이번 5Km는, 5월 15일로 예정된 10Km 마라톤을 준비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는 사실!! 고작 5km라고 막 신던 신발을 신었더니 양 발에 물집이 길게 잡혔다. 5월에 뛸 땐 블링블링 러닝화를 신고 달려야겠어. (이렇게 또 …ㅋㅋ)

시간을 재지 않았지만 (사실 정확히 저게 5km였는지도 모르겠다. 코스 표기가 뒤로 갈수록 점점 불명확해졌달까;) 달리면서 들었던 노래들로 계산해보면 약 38분쯤 걸린 것 같다.

대회 차원 말고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순위를 집계해줬는데, 8등으로 골인했다. 히히 🙂